“응급실 찾아 헤매는 일 없앤다”…대구시, AI로 ‘골든타임’ 지킨다

“응급실 찾아 헤매는 일 없앤다”…대구시, AI로 ‘골든타임’ 지킨다

추경호 시장, 경북대병원서 필수의료 현안 직접 챙겨…‘대구형 응급의료 안전망’ 승부수
9월부터 19개 응급의료기관·119에 AI 플랫폼 확대…환자 상태·병상정보 실시간 연계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받아줄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미수용’ 문제에 대구시가 인공지능(AI)을 앞세운 해법을 꺼내 들었다.

단순히 응급실 병상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환자 발생→119 이송→병원 선정→응급진료→최종 치료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부담까지 덜어주는 ‘대구형 응급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시 지역필수의료 현안 소통 간담회 참석자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특히 병원 선정에 AI를 본격 활용하고, 지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는 초광역 이송체계로 즉시 전환하는 동시에 필수의료 의사 확보와 의료진 사법리스크 지원까지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지난 11일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의료계와 의료 수요자, 전문가 등 각계 대표 20명과 ‘지역필수의료 현안 소통 간담회’를 갖고 대구형 응급의료 안전망의 실행 방안을 집중 점검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 키워드는 명확하다.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환자에게 맞는 병원을 찾아주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는 9월부터 본격 확산하는 ‘응급 통합 AI 플랫폼’이다.

경북대병원이 연구·개발 중인 이 시스템은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응급실 치료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상태와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대구시는 이를 지역 19개 응급의료기관과 119구급대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각 의료기관의 의료자원과 병상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AI가 환자 상태에 맞는 적정 이송병원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구급대원이 병원마다 일일이 연락해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면서 소요됐던 시간을 줄여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병원 선정이 어려운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다중이송전원협진망’을 강화한다.

중증응급환자의 수용병원 선정이 어려울 경우 환자 정보를 지역 6개 대형병원에 동시에 전달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여기에서도 병원이 정해지지 않으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직권으로 이송병원을 선정한다.

특히 분만이나 소아외상 등 특수 응급환자와 지역 의료자원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구 안에서 병원을 계속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초광역 이송체계’로 전환한다.

중증·중등증(KTAS 1~3) 환자를 지역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경우 대구·경북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 전국 단위 병원 선정을 의뢰한다.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병원 선정에 15분 이상 걸리면 즉시 전국 단위 병원 선정체계를 가동하도록 했다.

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보내더라도 정작 최종 치료를 담당할 의사가 없다면 응급의료체계는 완성될 수 없다.

대구시가 이송체계 개편과 함께 의료진 확보에 나선 이유다.

대구시청 산격청사 전경 [사진=대구시]

오는 10월부터 6개 병원의 6개 필수과 의사 20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본격 추진한다.

지역에 필수의료 인력을 붙잡아 안정적인 진료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증환자 최종 치료 인프라도 확대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늘리고, 야간과 휴일 경증 소아환자를 담당하는 달빛어린이병원도 5곳에서 6곳으로 확대한다. 취약지역 야간·휴일 진료기관 1곳도 새로 지정했다.

모자의료센터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을 기존 147병상에서 164병상으로 17병상 늘렸다.

내년에는 최중증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담당할 ‘중증모자의료센터’ 신규 지정도 추진한다.

중증외상환자 우선 수용·전원체계와 중증소아환자 진료체계 강화에는 내년부터 신설·운용 예정인 필수의료특별회계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부족한 의료자원을 지역별로 따로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벗어난다.

대구시는 올해 초 출범한 ‘AI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 산하 필수의료위원회의 응급·심장·뇌혈관·소아·분만·외상 등 6개 소분과를 중심으로 진료과별 환자 수용체계를 개선한다.

정부의 ‘5극3특’ 초광역 협력 정책과 연계해 대구·경북 응급의료협의체도 구성할 예정이다.

응급환자 이송·전원체계를 함께 개선하고 의료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한편, 광역 순환당직제 도입까지 검토해 대구와 경북의 의료자원을 하나의 권역처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책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의료진의 사법리스크다.

중증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치료한 의료진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형사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직권이송 환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진의 형사 대응 비용을 지원하는 추가 지원체계를 전국 최초로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과 의료기관 책임보험 사이의 보장 공백을 지방정부가 보완해 의료진이 법적 부담 때문에 중증환자 치료를 주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이번 대구형 안전망은 ‘병원을 빨리 찾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AI로 병원을 찾고, 119가 신속히 이송하고, 지역 필수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필요하면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의료망까지 가동하고,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은 의료진까지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추 시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생명안전도시 대구’를 구호가 아닌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할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추경호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단 1초의 지체도 없어야 하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지역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발생부터 이송, 치료, 회복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대구형 응급의료 안전망으로 지방의료의 새 이정표를 제시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심 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