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정비사업 막으면 서울 주택공급 90% 막혀"

오세훈 "정비사업 막으면 서울 주택공급 90% 막혀"

서계·청파 찾아 "재개발·재건축이 서울 공급 해법"
"7개 사업 완료 땐 1695가구 '순증'…증가율 26.5%"
현장 "정부 정책으로 서울 정비사업 제동 걸릴까 우려"
"주택 공급 넘어 정비사업 계기로 도시 경쟁력 높여야"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구 서계동·청파동 일대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등 부동산 재정비 사업의 후유증은 순차적 시기 조정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후유증만 보고 재정비 사업을 피한다면 사실상 신규 주택 공급은 어렵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을 찾아 서계·청파동 정비사업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홍성효 기자]

오 시장은 11일 용산구 서계동·청파동 일대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효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실제로 이곳에 와 보면 재개발·재건축이 물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재개발·재건축의 순증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대해 실제 사업 현장에서 확인되는 수치를 근거로 반박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계동·청파동 일대에는 재개발 5곳과 역세권 정비사업, 모아타운 등 모두 7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6393가구에서 1695가구가 늘어난 8088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증가율은 26.5%다.

이 일대는 1960년대 이후 서울로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면서 형성된 노후 주거지역으로 2004년부터 뉴타운 사업이 추진됐지만 2012년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2015년부터 서울역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개발이 지연됐고 약 20년 가까이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도시재생 중심 정책에서 민간 정비사업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면서 이 일대 개발에도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이 추진되면서 서울역 서부권 일대가 정비사업을 통해 약 8000가구 규모의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개발 27%·재건축 44% 순증⋯31만가구 중 8만7000가구 증가

오 시장은 서계동·청파동 사례가 서울 전체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서울시가 최근 3년간 준공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분석한 결과 재개발 지역은 기존 주택보다 약 27%, 재건축 지역은 약 44% 주택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가구를 착공하면 이 가운데 약 8만7000가구가 기존 주택을 넘어 추가되는 순증 물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주택이 늘어나면 기존 주택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새 아파트로 이동하고, 기존 주택이 다시 시장에 공급되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은 신규 택지를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재개발·재건축이 주택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현재 용산구에서 15개 정비사업을 통해 2만1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포함해 2031년까지 서울 전역에서 정비사업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목표인 3만가구 가운데서는 현재까지 1만5000가구가 착공됐으며 하반기에는 용산구 5900가구를 포함해 12개 사업장에서 1만5000가구를 추가로 착공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경대 용산구청장 등이 11일 용산구 서계·청파동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사진=홍성효 기자]

현장 "대출 규제로 이주 자금 조달 어려워"

현장에서는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가 사업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청파동 일대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진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사업 추진에 다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걱정을 나타냈다.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계획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협력해 달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도 현장에서 제기됐다. 이주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하며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주택 대출과 다른 방식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상향과 임대주택 비율 완화,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유예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서계동 모아타운 사업 관계자는 과거 정비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된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실제 주택 공급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역 인근 역세권이라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준주거지역 상향이 이뤄질 경우 사업성이 개선되고 주민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주 수요, 연간 2만가구 이상도 관리 가능"

정비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주민들의 이주로 주변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 시장이 직접 반박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 과정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이주가 시작되면서 일정 규모의 임대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정비사업 자체의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10여년간 서울에서 연간 2만~3만가구 수준의 이주가 발생하더라도 서울의 주택시장에는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완충 여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현재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한꺼번에 이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업 단계와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기 조정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 시장은 2028년까지 약 8만5000가구의 정비사업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임대 수요도 2만가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약 4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정비사업 구역이 동시에 이주·착공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서울시가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부작용이 무서워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하지 않으면 서울은 신규 주택 공급 루트의 90%가 차단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경대 용산구청장 등이 11일 용산구 서계·청파동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주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성효 기자]

남산 조망·교통망 확충 등 '도시공간 개선' 요구도

이날 현장에서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정비사업을 계기로 지역의 도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민 의견도 나왔다. 서계동·청파동 일대가 남산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적 장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 과정에서 남산을 바라볼 수 있는 통경축을 확보하고 이를 세계적인 거리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역과 용산역이라는 광역 교통 거점을 활용해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철도망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주민들은 정비사업 과정에서 용적률이나 사업성뿐 아니라 교통·공공시설 등 기반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발을 통해 지역 전체의 가치가 커질 경우 주민들의 공공기여를 이끌어내기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사업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기반시설 문제를 함께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신속통합기획의 취지에 맞게 각종 행정절차를 줄이고 통합심의를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 시장은 최근 1~2년 사이 정비사업 관련 절차가 과거보다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면서 행정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담당 부서가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계동·청파동 일대에서 사업성 개선과 인허가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서계 통합구역에는 현황 용적률 인정과 35층 높이 제한 폐지 등이 적용됐으며, 청파2구역은 사업성 개선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계동 모아타운은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9월 통합심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