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누가 정하나”…송옥주 의원, 정부 기준가격 법제화 추진

“계란값 누가 정하나”…송옥주 의원, 정부 기준가격 법제화 추진

실거래가격 조사해 정부가 정기 고시…사후정산 관행 개선·유통시장 투명성 강화 기대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계란 유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깜깜이 가격’과 사후정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실제 거래가격을 조사하고 공신력 있는 기준가격을 정기적으로 공표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경기도 화성시 갑)은 1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의 실제 거래가격을 조사해 기준가격을 고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공정계란가격법’으로 생산자와 유통업체 간 개별 협상과 관행에 상당 부분 의존해 온 계란 가격 결정 구조를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계란 가격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기준가격을 정기적으로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조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농식품부는 정확한 가격조사를 위해 계란 생산농가와 유통업체를 비롯해 집하장, 선별포장시설, 판매점 등 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관계자와 관련 기관·단체·업체 등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정부가 발표하는 기준가격이 시장가격을 사실상 강제하거나 사업자 간 가격 결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 과정에서 참고자료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객관적인 가격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정부 고시가격이 획일적인 거래가격으로 굳어지거나 담합 등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계란 유통시장은 다른 농축산물과 비교해 실제 거래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혀 왔다. 산지와 유통, 소매 단계에서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가격지표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계란은 도매시장 상장 거래를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품목이 아니어서 공개된 시장에서 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거래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적인 농축산물 유통구조와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생산자단체가 제시하는 가격이나 생산농가와 유통업체 사이의 개별 협상을 통해 형성된 가격이 시장의 기준처럼 활용돼 왔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후정산’ 방식도 계란 유통시장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유통업체가 농가에서 계란을 먼저 가져간 뒤 소매유통업체 등에 납품하고 판매대금을 받은 이후 생산농가와 최종 매입가격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계란이 농장을 떠난 시점에는 농가가 실제로 받을 금액이 확정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최종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당초 생산자와 협의했던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정산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생산 현장의 문제 제기다. 농가 입장에서는 이미 상품을 넘긴 상황에서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실제 시장가격이 얼마인지 확인할 객관적인 지표마저 부족하면 유통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적인 농축산물의 경우 공판장이나 도매시장 등에서 형성된 당일 거래가격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매입·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지만 계란은 이 같은 공개적인 가격 발견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에 따라 농가마다 거래가격이 다르고 지역이나 거래량, 유통업체 등에 따라서도 정산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잡한 유통구조도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산란계 농가에 비해 계란 유통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은 구조에서 농장과 집하장, 선별포장업체, 유통업체, 소매점 등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각 단계에서 실제로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어느 유통단계에서 가격이 상승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가격 발견 기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계란시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생산자단체가 농가와 상인 간 가격 협상을 위한 기초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 활용돼 왔다.

그러나 생산자단체가 발표하는 가격은 실제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거래된 가격이라기보다 협상을 위한 참고가격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농가가 받는 정산가격은 지역과 농장 규모, 거래량, 계란의 규격과 품질, 거래처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생산자단체가 제시한 가격과 실제 농가의 정산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해당 가격이 전체 산지 계란시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가격정보의 불투명성은 생산농가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지에서 계란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반대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했을 때 상승분이 어느 정도 유통가격에 반영됐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계란 공급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공급 부족 시기에 형성된 이른바 ‘웃돈’ 관행이 일부 유통 과정에 남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계란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 역시 이 같은 가격구조의 불투명성과 맞닿아 있다. 산지에서 얼마에 출하됐고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면 소비자가 최종 판매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정부도 계란 가격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5월 생산자단체 중심의 계란가격 고시를 중단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민간단체가 제시하던 가격 대신 공공기관을 통해 가격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객관성과 공신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행 가격조사 체계 역시 법률상 명확한 조사·고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시장 전체의 실제 거래자료를 폭넓게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가격정보를 발표하더라도 조사 대상과 표본이 실제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일부 생산자와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자료와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를 비롯한 관계 기관·단체와 함께 실제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가격조사와 검증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 [사진=송옥주 의원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가 생산부터 집하·선별·유통·판매에 이르는 각 단계의 실제 거래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기준가격을 산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 단순히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거래자료를 축적하고 분석해 시장 참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가격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 기준가격의 신뢰성이 확보될 경우 생산농가는 출하가격을 결정하거나 유통업체와 가격을 협상할 때 객관적인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유통업체 역시 매입·판매가격을 결정할 때 시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을 확보하게 된다. 소비자에게도 산지가격과 유통가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돼 소매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거래 표본과 정확한 조사 방식, 계란의 규격과 품질에 따른 가격 차이 등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후속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기준가격이 실제 거래가격과 동떨어질 경우 또 다른 형식적인 가격지표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다양한 거래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검증하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송옥주 의원은 “계란가격 형성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생산자와 유통업체, 소비자 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계란은 국민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만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가격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계란가격 고시를 법제화해 공신력 있는 가격체계를 구축하고 생산자와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계란 유통시장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