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가 달리던 중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운전자 과실만으로 사고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센서 결함이나 자율주행 시스템 오류, 안전관리 소홀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묻는 기존 법·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행사업자와 자동차 제조사, 자율주행 시스템 제공자, 안전관리자 등 각 주체의 역할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책임도 그에 따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갑 한국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 사고책임과 국민안전 체계는 준비됐나'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는 "이제는 누가 운전했는가가 아닌, 누가 어떠한 역할과 권한, 의무를 이행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 자율주행 관련 제도는 여러 법률에 나뉘어 있어 각 주체의 책임과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뿐 아니라 운행사업자, 제조사, 시스템 제공자, 안전관리자, 원격지원자, 정비·유지관리 주체 등 다양한 관계자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제조사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성능과 한계를 제대로 알리고 결함을 신속하게 개선해야 한다. 안전관리자는 차량 상태를 점검해야 하며, 정비업체 역시 센서와 차량 상태를 제대로 관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 이사는 형사책임 역시 사고 결과만을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 주체가 맡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의 공공도로 운행을 별도로 관리하는 종합법안 마련도 제안했다. 국가 차원의 기본계획부터 운행 허가, 안전관리, 사고조사, 책임과 처벌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자는 취지다.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자율주행차가 화재나 교통사고 등 긴급 상황에서 경찰·소방의 현장 대응을 방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긴급 대응기관의 지시에 따라 현장을 빠져나가거나 특정 구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제조사가 긴급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이재영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요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경찰과 소방 등 사고 대응기관이 사고 이후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 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역시 "자율주행 시대에는 기존 운전자 책임만 따질 것이 아닌, 운전자와 자동차 제조사 등 관련 주체들의 책임을 합리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