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9억 요구에 가용재원 432억…부여군 ‘마른 수건 짜기’ 예산편성

2129억 요구에 가용재원 432억…부여군 ‘마른 수건 짜기’ 예산편성

세 차례 조정에도 168억원 부족…전 부서 운영비 15% 삭감

[아이뉴스24 박준표 기자] 부여군이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전 부서의 행정운영경비와 시설비를 일괄 삭감하는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각 부서가 요구한 군비는 2129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은 432억원에 불과해서다.

군은 이미 세 차례 조정을 거쳐 요구액을 600억원까지 줄였지만 여전히 168억원이 부족하다. 결국 국내·국외여비를 전액 삭감하고 공무원 인건비 예산 37억원까지 다시 들여다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여군에 따르면 올해 2차 추경을 앞두고 각 부서가 요구한 군비는 당초 2129억원이었다.

반면 지방교부세 추가분과 조정교부금, 전년도 이월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모두 합쳐 확보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432억원 수준이다. 요구액의 5분의 1 정도에 그친다.

부여군청 전경 [사진=부여군]

군은 사업의 시급성과 연내 집행 가능성을 따져 세 차례 감액 작업을 벌였다.

1차 조정에서 요구액을 1089억원으로 낮춘 데 이어 2차에서는 824억원, 지난 7일 기준 3차 조정에서는 600억원까지 줄였다. 최초 요구액과 비교하면 1529억원을 덜어낸 것이다.

하지만 가용재원 432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168억원이 부족하다.

개별 사업을 선별해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이르자 군은 모든 부서에 공통 감액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행정운영경비는 일괄적으로 15%, 각종 시설비는 12%씩 줄인다. 2차 추경에 반영됐던 국내여비·국외여비·국제화여비도 전액 삭감한 뒤 향후 재정 상황을 봐가며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각 부서가 시급성이 낮거나 올해 안에 집행하기 어려운 사업을 자체적으로 골라 예산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율 감액만으로 부족액을 메우기 어려워지면서 전 부서 일괄 삭감까지 확대됐다.

공무원 인건비 예산 37억원도 이번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이미 편성된 인건비 가운데 연말까지 실제 집행될 금액을 다시 산정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줄이는 것으로 공무원 급여 자체를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인건비가 결국 지급해야 할 필수경비라는 점이다. 연말까지 실제 소요액이 부족하면 다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감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질적인 ‘절감’이 아니라 지출 시기를 뒤로 미룬 예산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사업을 아예 취소해 향후에도 돈이 들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일부 사업은 당장 군비를 확보하기 어려워 추진 시기나 군비 부담 시점을 연말 또는 내년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청구서를 없앤 것이 아니라 납부 시기를 뒤로 미룬 셈이다.

의회청사 건립과 일반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각종 체육시설 조성 등 대형사업도 사업 추진 시기나 군비 투입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추경에서 세입과 세출을 맞추더라도 재정 부담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미룬 사업비가 내년 신규 사업과 겹치면 재정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부여군의 재정 압박은 최근 수년간 누적된 대규모 사업과 이월예산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군은 그동안 국·도비 공모사업과 대규모 시설사업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국·도비를 확보하면 외부 재원이 들어오지만 대부분 일정 비율의 군비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

결산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부여군 일반회계에서 다음 연도로 이월된 예산은 연평균 17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대규모 시설·투자사업이 포함된 자본지출 분야에서 미집행과 이월이 집중됐다.

기존 사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공모·투자사업이 추가되면 군비 부담도 누적된다. 사업 선정 당시에는 국·도비 확보라는 성과지만 이후 군비 매칭과 후속 사업비가 지속해서 들어가는 구조다.

재정의 완충 역할을 하던 통합재정안정화기금도 크게 줄었다. 2022년 802억원이던 기금 규모는 2025년 42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결국 예산 전체 규모는 커졌지만 부여군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재원은 줄고 이미 시작한 사업들이 향후 재정을 선점하는 구조가 누적된 셈이다.

부여군은 남아 있는 168억원의 부족 재원을 추가 조정해 2차 추경을 가용 세입 범위 안에서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사업 조정과 집행 시기 조정, 전 부서 일괄 감액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며 “특정 부서나 사업에 부담을 집중시키기보다 전 부서가 함께 재정 부담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줄인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완전히 사라진 지출이 아니라 뒤로 미룬 부담”이라며 “군민 안전·복지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최대한 지키고 불요불급한 경비는 끝까지 줄여 2차 추경을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여=박준표 기자(asjunpy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