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어르신이 오래 지켜온 동네 가게를 청년이 지도 앱에 올려준다. 밤길에는 사물인터넷 조명을 달고, 산과 정원은 마음을 돌보는 처방 공간으로 쓴다. 낡은 통학로를 고치고,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직접 스포츠 축제를 기획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떠올린 아이디어 47건이 서울시 정책이 되기 위한 시민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서울시는 시민참여예산 사업을 최종 선정하기 위한 온라인 시민투표를 오는 23일까지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시민참여예산은 시민이 직접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심사와 투표를 거쳐 우선순위를 정하는 제도다. 올해 공모에는 모두 534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서울시는 관련 부서 검토와 시민참여예산위원 분과위원회 심사를 거쳐 6개 분야 47건을 시민투표 대상 사업으로 추렸다.
올해 투표 대상 사업의 특징은 거창한 개발 사업보다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는 제안이 많다는 점이다. "밤길이 불안하다", "통학로가 낡았다", "어르신 가게도 온라인에서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식의 경험이 정책 제안으로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 중 하나는 '서울 세대이음 선배가게 프로젝트'다. 디지털 홍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자영업자와 청년을 연결하는 제안이다. 청년은 가게를 지도 앱에 등록하고, 사진을 찍고, 소개 글과 영업 정보를 정리한다. 오래된 가게의 경험과 청년의 디지털 감각을 맞바꾸는 셈이다.
시민들의 '마음 건강'을 정책 대상으로 삼은 제안도 있다. '서울형 정원처방 운영'은 산과 공원, 정원 같은 자연 공간을 활용해 시민의 마음 건강을 돌보자는 생각이다. 병원 진료나 상담만이 아니라 자연 속 활동을 통해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낮추는 '사회적 처방' 모델을 서울형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청소년이 직접 판을 짜는 사업도 투표에 올랐다. '함께 뛰는 서울, 연합 스포츠 페스티벌'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또래와 어울리고 사회 참여 경험을 넓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서울 서남권 꿈드림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 약 150명이 사전 기획단을 꾸리고, 체육대회와 교류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안전 문제를 다룬 제안도 많다. '스마트 안심 귀가길 조성 사업'은 범죄 취약지역과 야간 보행 불안지역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조명, 안심 안내 시스템, 비상 대응 시설을 결합한 귀갓길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제안자는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시민의 심리적 안전까지 고려한 생활밀착형 안전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걷는 길을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뚝섬로 보행환경개선 사업'은 서울숲입구부터 영동대교북단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노후 보도를 정비하는 내용이다. 성수동·뚝도시장·뚝섬한강공원을 오가는 시민과 관광객, 인근 8개 학교 학생들의 보행 안전을 높이자는 취지다. 관악산 연주대 제1등산로에도 '안전하고 편안한 오름길'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방송과 SNS를 통해 방문객이 늘어난 만큼 노후 시설과 위험 요소를 정비하자는 내용이다.
청년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제안도 포함됐다. '약자 동행을 위한 청년 참여형 문제해결 사업'은 서울에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청년 50명을 선발해 10개 팀으로 나누고, 지역 취약계층과 관련된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만드는 사업이다.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 당사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고, 시민투표와 서울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사업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시민투표는 서울시 엠보팅(mVoting, 서울시 모바일투표 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서울시민 누구나 PC나 스마트폰으로 참여할 수 있고, 1인당 최대 3개 사업을 선택할 수 있다. 득표수 상위 10개 사업 제안자에게는 소정의 상금도 지급된다.
투표는 오는 23일 오후 11시 59분까지다. 결과는 27일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선정된 사업은 2027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반영되고, 이후 서울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사업으로 추진된다.
최은정 서울시 재정담당관은 "시민참여예산은 시민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실현되는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라며 "시민 여러분의 한 표가 서울의 미래를 바꾸는 선택이 되는 만큼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