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의 명칭과 표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MBK파트너스와 영풍을 경찰에 고발한 가운데 최근 MBK·영풍 측이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과거 프로젝트 관련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MBK·영풍 측은 최근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편법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거 이사회 표결과 법원 가처분 신청, 공식 보도자료 등을 종합하면 이 같은 설명이 기존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언론 보도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MBK·영풍 측 추천 이사들은 미국 제련소 건설, 투자 유치, 합작법인 설립,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프로젝트 관련 6개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MBK·영풍 측은 당시 "6개 안건이 하나의 거래 구조여서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이상 나머지 안건에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안건들이 프로젝트 추진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사업 자체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영풍 측은 당시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가처분이 인용됐다면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업 구조와 일정은 물론 프로젝트 추진 자체에도 차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당시 법원에 제출된 준비서면에서도 MBK·영풍 측은 해당 사업과 투자 구조를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이익을 희생한 미국 정부 등과의 '야합'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발표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업 전반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신주 발행 방식뿐 아니라 미국 제련소 사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MBK·영풍 측은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을 내건 리셉션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행사에는 테네시주 정부 관계자와 지역사회 인사, 언론인 등이 참석했으며, 윤종하 MBK 부회장과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도 자리했다. 장 대표는 영풍 석포제련소 기술이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MBK·영풍 측은 행사 과정에서 'crucibleTN.com' 도메인을 등록해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행위가 MBK·영풍 측이 프로젝트의 공식 추진 주체이거나 고려아연과 협력 관계에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할 수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반면 MBK·영풍 측은 프로젝트 명칭은 등록상표가 아니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에 사업을 설명한 것은 정당한 주주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관련 핵심 안건에 모두 반대하고 신주발행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했으며, 공식 문서와 보도자료에서 사업을 '야합'과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등으로 규정했던 과거 행보를 고려하면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는 최근 주장의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프로젝트를 '아연 주권 포기'와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다가 현재는 같은 프로젝트 명칭을 내세워 미국 현지에서 리셉션을 열고 지원 의사를 강조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라고 말했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