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검찰개혁에 마침표를 찍자 마자 사법부를 정조준 하고 있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선명성 경쟁 중인 당권 주자들이 앞다퉈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송영길 당대표 후보는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후임 대법관 제청 지연, 12·3 비상계엄 당시 대응,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등을 근거로 들며 "의원총회를 거쳐 찬반 의견을 수렴해서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대표가 되면 즉각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른 당권주자들도 앞다퉈 호응했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엑스(X·엑스)에 "저는 이미 지난 7월 30일,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선택적으로 직무유기하는 한 헌정수호 차원의 탄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며 공감했고, 정청래 당대표 후보도 전날 2차 TV토론회에서 "조희대 탄핵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찬성"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은 범여권 차원에서 이미 추진된 바 있다.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3법' 처리 전후, 조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 달라"고 발언한 것이 강경파의 반발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지난 3월 최혁진 무소속 의원 등은 탄핵소추안 발의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조희대 사법부는 빛의 혁명으로 지켜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반드시 본회의에서 가결시키겠다"고 했다.
다만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도 실제 탄핵 추진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인정돼야 하는 데다, 이재명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론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청래 당시 당대표는 "탄핵 추진 움직임에 앞서 조 대법원장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빨리 거취를 표명하는 게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 국면으로 들어선 뒤 당대표 후보간 선명성 경쟁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대표적 강경파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형사소송법상 공소기각 요건 확대를 주도한 김용민 의원은 지난 달 1일 조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후보들에게 촉구했다. 경선 전이었지만 김 의원도 당대표 후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언이 전당대회를 앞둔 선명성 경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과 함께, 향후 여론 추이에 따라 실제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대결 구도가 치열해지면서 호남과 수도권 강성 당원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면서도 "당권주자들이 사실상 (탄핵 추진을)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국정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받쳐주면 하반기에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또 "현재 부동산과 증시는 너무 심각한 문제여서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한다고 해서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이 잦아들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서도 "너무 수세에 몰리면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다. 이날 한 언론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등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감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대법원장의 탄핵 및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감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