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열스트레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7~8월 우리나라는 극한 폭염과 높은 습도로 열스트레스가 심하게 증가했다. 극대 폭염에 짧은 시간만 작업하더라도 열스트레스 위험에 노출된다. 탄소 감축 없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1세기 후반에 열스트레스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청장 이미선)은 1km 해상도의 남한상세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표준시나리오)를 활용해 온열지수 산출 체계를 마련했다. 이에 따른 여름철(6~8월) 야외작업을 할 때 열스트레스 발생에 대한 현황과 2100년까지의 미래 전망을 내놓았다.
온열지수(WBGT, Wet Bulb Globe Temperature)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폭염 속 근로자와 대중의 열스트레스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공동으로 채택, 활용 중인 지표이다. 기온이 높고 수증기량이 많을수록 높아진다.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 현재(26.9℃)보다 21세기 후반기에 29.5℃로 2.6℃ 증가했다. 반면 고탄소 시나리오(SSP3-7.0)에서는 33.2℃로 6.3℃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2021~2040년을 21세기 전반기로, 2041~2060년을 21세기 중반기로, 2081~2100년을 21세기 후반기로 정의한다.
다른 지역보다 습도가 높은 제주지역과 전남지역을 비롯한 서해안과 남해안 근처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여름철 온열 지수 값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지역들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1세기 후반기에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가 34℃ 이상으로 치솟았다. 야외작업에서의 열스트레스 위험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대비 미래 변화의 측면에서는 수도권 서부지역과 충남 서부지역에서 여름철 온열 지수의 증가 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 경로별로 수도권지역은 현재(약 27.1℃) 대비 21세기 후반기에 29.9℃~33.7℃로 최대 6.6℃ 증가했다. 충남지역은 현재(약 27.0℃) 대비 21세기 후반기에 29.7℃~33.4℃로 최대 6.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는 대부분 기초 지방정부(92.8%)에서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가 28℃ 미만이다. 보통 수준의 작업에서 열스트레스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로 갈수록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의 값이 30℃ 이상을 넘는 지방정부의 비율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벼운 수준의 작업에서도 열스트레스 영향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가 33℃ 이상인 지방정부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66.4%)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작업 강도에 상관없이 여름철 열스트레스로 인한 위험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진단됐다.
여름철 온열 지수가 전국적으로 증가하면서 작업 없이 야외에 앉아있거나 휴식 상태에서도 열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는 날(온열지수가 33℃ 이상인 날)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약 1.8일)와 비교했을 때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기에 19.2일로 10.7배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극심한 열스트레스 발생 가능일이 51.6일로 현재보다 28.7배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고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야외작업을 할 때 열스트레스 발생 가능성이 매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상청은 점차 심화하는 폭염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올해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를 신설해 시행 중이며 앞으로 장기적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러 분야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표준시나리오 기반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탄소 배출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이 많다. 인류가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 등에 나서면 최악의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는 일어날 가능성이 사라진다. 최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들이 하나, 둘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런 현상이 미래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슈퍼 엘니뇨’ ‘대형 산불’ 등 자연 변동성도 마찬가지이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탄소 배출)시나리오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온난화 수준에 따른 열스트레스 변화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산업화 이전보다 1.4도 온난화 수준인데 1.5도, 2도, 3도 온난화에 따른 우리나라 열스트레스 변화는 어떠할 것인지를 치환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전문가들은 현재 탄소 배출경로로 가면 지구 가열화가 2030년 전에 1.5도를 넘어서고 2050년쯤 2도 가열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