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의힘' 네 글자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기자수첩] '국민의힘' 네 글자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 선거 소청 심리에 대한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지방선거 전 국민의힘은 당명 교체 문제로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장동혁 지도부는 2020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를 더 분명히 드러내는 당명으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상처를 딛고 국민 앞에 새롭게 서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새 당명 후보군으로 '공화당' 같은 낡은 이름이 거론되자 당내 반발이 커졌다. 지방선거를 앞둔 출마자들과 비주류를 중심으로 "차라리 지금 이름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명 교체론은 빠르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도부는 선거 뒤 재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논의는 사실상 멈춰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이라는 간판을 당장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지방선거 전에는 당명 교체의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실언과 부적절한 처신이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불을 지핀 것은 권영진 의원이었다.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로 원내대표실을 찾아가 정점식 원내대표와 송언석 전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사건은 여야 충돌 때나 볼 법한 '동물국회'를 당 내부로 옮겨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폭력이 벌어진 것도 문제지만, 그 배경이 당내 자리 다툼이었다는 점은 더 씁쓸하다.

윤용근 의원의 문자 논란도 국민 눈높이와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월드컵 대참사 이후 축구협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보낸 "더 잘 배려해드려야 하는데 송구하다"는 문자는 국민의힘이 축구협회 혁신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을 남겼다. 원내지도부는 개인적 친분에서 비롯된 문자라고 해명했지만, 성난 여론을 돌리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에 서범수·진종오 의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초청해놓고 주고받은 농담은 실언을 넘어선 망언이었다. "돌려차기 한번 하지",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쓴다"는 말이 범죄 피해자를 앞에 두고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말인가. 국민의힘은 그동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범죄 피해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 당의 의원들이 정작 범죄 피해자를 희화화하는 듯한 말을 했다면, 그 주장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도부의 대응도 일관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권영진·서범수·진종오 의원 논란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엄정 조치를 예고했다. 앞서 최고위가 권 의원에게 탈당을 권고한 데 이어, 장동혁 대표는 서 의원과 진 의원에 대해서도 윤리위 징계 절차에 앞서 당 차원의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윤용근 의원 문자 논란에 대해서는 원내지도부가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똑같이 국민적 공분을 산 사안인데도 원내대표 비서실장이자 당권파인 윤 의원에게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당의 이름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다. 그 정당이 국민 앞에 내거는 약속이다.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을 계속 쓰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과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을 말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반복하고, 공정과 기강을 말하면서 당내 인사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 이름은 설득력을 잃는다.

계속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당명을 바꾸는 게 맞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과 품격을 보이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당명을 무엇으로 바꾸든 '국민'이라는 말을 앞세울 자격은 간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 평가는 결국 2년 뒤 총선에서 국민이 내릴 것이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