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발생한 파업의 후폭풍도 길어지고 있다.
회사와 노조의 법리 다툼이 길어지면서 가처분 항소심 결과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다. 결과에 따라 사측과 노조 사이 힘의 무게추가 완전히 기울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소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당초 법원이 지난달 항소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번 소송은 올해 상반기 노조의 파업을 이유로 사측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촉발됐다. 회사는 파업으로 핵심 생산공정이 중단될 경우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바이오의약품의 원료 변질과 고객사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처분 신청 당시 주요 9개 공정에 대한 생산 중단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1심에서 노조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다만 회사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제품 품질과 직결되는 일부 핵심 공정만 파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공정에 대해서만 노조의 쟁의행위를 허용했다. 당시 파업이 제한된 공정은 농축·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 및 공급 등 일부 핵심 공정이다. 사측은 이 같은 파업으로 약 150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사측은 1심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회사 측은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전 공정을 파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항소심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향후 노조 쟁의행위의 범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조의 손을 들어준다면 노조가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유리하다. 노사는 지난 6월부터 수차례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상반기 요구했던 연봉제 조합원 대상 연봉인상률 14.3%를 6.5%로 낮추는 등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회사와의 논의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항소심 결과가 늦어지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에 대한 판단이 향후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에 따르면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법 38조 2항이 해석에 따라 논란이 될 수 있다. '정상적 수행'에 대한 해석 결과를 향후 다른 제조 업종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이번 결과가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앞서 삼성전자의 가처분 결과 시 법원에서는 38조2항의 해석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이번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사측은 법원으로부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당시 법원은 이날 쟁의행위 기간에도 일부 업무가 평상시 수준과 같이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때 역시 노동조합법 38조 제2항과 제42조 제 2항이 언급됐다. 42조 제2항에 따르면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해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