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펀드 시장 '개화' 기대감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 가운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부실기업들의 구주를 유통시켜주는 세컨더리펀드 시장이 올부터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법령 개정으로 지원에 나섰고, 한국벤처캐피털협회도 구주관리정보망을 개편해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컨더리펀드는 벤처캐피털이 투자조합 만기로 처분해야 하는 구주를 유통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수단.

중소기업청은 최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개정, 오는 6월부터 창업투자회사 조합과 특수관계인(세컨더리펀드) 간 거래를 허용키로 했다. 그간 창투사 투자조합 가운데 40~50%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진흥 및 산업기반기금 출자조합(30% 이상 출자)과 세컨더리펀드 간 거래가 금지돼 구주유통의 활성화를 가로막았던 게 사실.

벤처캐피털협회도 지난해 6월 가동하기 시작한 구주관리정보망의 활성화를 올 핵심 추진과제 중 하나로 설정한 상태다. 구주관리정보망은 벤처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패키지를 등록해 정보를 교환하고, 매매가 성사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거래시스템이다.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매물이 37건, 거래가 일어난 것은 3건에 불과하지만 올 해는 더 활발히 이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주관리정보망에 가입한 회사는 111개사, 매물조회 건수는 567건, 상세정보요청 건이 38건에 이를 정도로 구주 거래에 대한 벤처캐피털 등의 관심이 높은 상태다.

벤처캐피털협회 나경한 팀장은 "지난해는 운용 초기인데다 코스닥시장의 급등과 벤처캐피털들의 실적 개선 등으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사적으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실제 매매 건수는 더 많았을 뿐만 아니라 올 해는 시스템 개선 등으로 활용 빈도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털협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및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협의해 더 풍부한 매물이 등록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주관리정보망 활성화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중기청과 함께 시스템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보유하고 있는 구주를 유통시켜 줄 수 있는 매매주체가 확대되는 게 시급하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편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현재 세컨더리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벤처캐피털은 스틱IT투자를 비롯해 KTB네트워크, 네오플럭스, 한화기술금융, 코웰창투 등. 전체 펀드 규모는 약정 총액 기준 2천500억원 안팎에 이른다.

구주거래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세컨더리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들이 역량 및 노하우를 더 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스틱IT투자는 지난해 1천19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펀드를 결성해 최근 중간배당을 할 정도로 '장사'를 잘하고 있다.

도용환 스틱IT투자 사장은 "매도하려는 이의 전략을 이해해 최대한 싼 값에 사들이고, 확보한 구주들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