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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금융당국 회계제재 불복 법정 공방…'친환경' 강조 속 환경책임 논란 확산

전 대표 해임권고·204억원 과징금에 행정소송 제기⋯'검찰 고발' 재언급
친환경 이미지 내세웠지만 환경 책임 인식 논란 불가피

[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영풍이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정화비용 회계처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정화의무에 따른 충당부채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을 '고의적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판단했지만, 영풍은 기업의 회계적 판단 범위에 해당한다며 맞서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무방류시스템 전경 [사진=영풍]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영풍과 전·현직 임원들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증선위는 영풍이 2021~2024년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정화비용에 대한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거나 과소 계상하고, 환경 규제에 따른 조업정지 영향을 유형자산 손상차손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는 등 총 5건의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전·현직 임원 해임·면직 권고, 시정요구,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7월15일 회계 관련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영풍은 지난 6일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시정요구가 즉시 집행될 경우 본안 판결 전에 재무제표를 수정·공시해야 해 사실상 금융당국의 판단을 먼저 수용하는 결과가 되고, 이후 승소하더라도 기업 신용과 평판 훼손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감사인 지정과 임원 제재 역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강조했다.

반면 증선위는 영풍이 주장하는 손해는 집행정지를 인정할 정도의 사유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회사 신용 하락은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회복이 가능하며, 임원 개인의 불이익 역시 금전적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재 효력이 정지되면 투자자들이 왜곡된 재무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영풍]

집행정지 여부와 별개로, 처분 취소소송의 핵심 쟁점을 놓고도 양측은 첨예하게 맞섰다.

영풍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장부를 조작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회계처리는 기업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판단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증선위는 석포제련소 토양 정화의무가 이미 확정됐음에도 충당부채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았고, 관련 공문을 외부감사인에게 전달하지 않는 등 중요 정보를 누락한 점을 근거로 의도적인 은폐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회계처리의 자율성은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심문에서는 '검찰 고발' 문제도 다시 언급됐다. 증선위 측은 영풍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검찰 고발 관련 주장도 함께 살펴봐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검찰 고발을 포함한 제재안을 증선위에 상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증선위 의결 이후에는 환경·시민단체들도 영풍에 대한 검찰 고발을 촉구한 바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무방류 시스템(ZLD) 전경 [사진=영풍]

한편 이번 소송은 영풍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친환경 경영의 진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은 지난 5월 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5주년 보도자료를 통해 "친환경 경영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질·대기·토양 등 환경 전 영역에 약 5400억원을 투자했다며 환경 안전 체계의 혁신을 강조했다.

최근 MBK파트너스와 미국 테네시주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행사에서는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이 참석해 석포제련소를 '세계적 친환경 제련소'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정화비용을 재무제표에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면서도 환경 책임과 관련된 회계처리는 끝까지 다투는 모습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상반된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의 적법성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고 기업의 방어권 역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법적 다툼과 별개로 친환경 경영을 적극 홍보하면서 환경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ESG 신뢰도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