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2

"회장님이 샀습니다"…최태원·정의선·신동빈이 보낸 '신뢰' 시그널

최태원, 첫 SK하이닉스 장내매수 후 상한가
정의선·신동빈·서정진도 위기에 자사주 매입
전문가 "기업가치 자신감 보여주는 강력한 시그널"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면서 국내외 기업 총수들의 '책임경영'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가장 잘 아는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자금을 들여 자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회사의 장기 성장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증권거래소 인근에 자리한 블룸버그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나스닥에 ADR 상장에 성공했다. [사진=블룸버그텔레비전 라이브 캡처]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SK하이닉스 주식 362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매입 규모는 약 48억원으로,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총수들이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대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AI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매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고, SK㈜를 비롯한 SK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미국 반도체주 강세와 인공지능(AI)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 외국인 매수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국빈 방한 환영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6.4.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오너의 자사주 매입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 경영인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책임경영과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해석된다"며 "회사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가 자신의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현재 주가가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 저평가됐다는 판단을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과 이해관계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점마다 오너가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사례가 적지 않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2020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잇달아 장내 매입하며 총 800억원이 넘는 사재를 투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같은 해 코로나19 여파로 롯데지주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를 사들였고, 주요 임원들도 매수에 동참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지난해 개인 명의로 500억원 규모의 셀트리온 주식을 취득한 데 이어, 지주사와 계열사를 포함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며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사재 2660만달러를 들여 자사주 50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당시 CEO 역시 2002년 주가 부진이 이어지던 시기 약 1000만달러를 투입해 72만여 주를 직접 매입하며 회사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 보여줬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69)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사진=연합뉴스/AFP]

다만 오너의 자사주 매입 자체가 주가 상승이나 기업가치 제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오너와 비오너를 떠나 임원이 자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회사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임원이 주식을 매입했다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며 이후 더 하락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시장은 일회성 매입보다 지속적인 실적 개선과 미래 성장 전략이 뒷받침되는지를 함께 평가한다"며 "책임경영은 자사주 매입과 함께 투자 확대와 기술혁신, 주주환원 정책이 병행될 때 더욱 높은 신뢰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