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한화그룹이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3형제를 전면에 내세운 책임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앞서 인적분할을 통해 3형제가 각각 맡아온 사업 영역을 재편한 데 이어 주요 경영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형제별 역할 분담도 한층 명확해졌다.

한화그룹은 30일 김동관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을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키는 인사를 8월 1일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한화의 사업 재편과 맞물려 3형제가 각자 맡은 사업의 성장을 책임지는 경영 구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3형제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사실상 한화의 지주회사격인 ㈜한화의 인적분할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화는 앞서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방산·조선·우주·에너지 및 금융 계열사를 존속법인에, 유통·반도체 장비·로봇 계열사를 신설법인에 편입하는 인적분할안을 의결한 바 있다.
장남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성장축인 방산·조선·우주·에너지 사업을 맡아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등을 앞세워 폴란드·루마니아·호주 등으로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고, 누리호 발사체와 KF-21 엔진 등 우주·항공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한화시스템 역시 천궁-II 다목적 레이더와 KF-21 AESA 레이더, 함정 전투체계 등 방산 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과 미 해군 함정 MRO, 잠수함·호위함 등 특수선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역할을 이어간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 핵심 금융 계열사를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해 금융 부문의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동원 부회장이 담당하는 금융 사업만 존속법인에 남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향후 금융 부문의 별도 계열분리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남 김동선 사장은 첨단기술과 유통·식음료 등 라이프 사업을 맡는다. 신설법인에 편입되는 한화비전은 AI 기반 영상보안 솔루션을 중심으로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HBM 등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해 반도체 후공정 장비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화모멘텀 역시 이차전지 제조장비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로봇 사업 역시 김동선 사장이 이끄는 첨단사업군의 주요 축이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에서 푸드테크와 물류 자동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유통·레저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해 그룹 내부에서 로봇 기술을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 확장의 기반으로 꼽힌다.
한화가 이번 인사와 사업 재편을 통해 노리는 것은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군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방산·조선·우주 등 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의 사업군은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확대하고, 김동선 사장이 맡은 AI·반도체·로봇 등 첨단사업은 그룹 내 제조·서비스 계열사와 연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구조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와 인적분할을 계기로 한화그룹의 3형제 경영 구도가 사실상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