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황세웅 기자]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강진으로 현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가 생산을 단계적으로 재개했다.
건물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공정 중이던 웨이퍼(반도체 원판)와 장비 점검이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첨단공정 투자 공장 덮친 강진…"입지 다시 봐야"
2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생산법인(JASM) 임직원을 대피시키고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건물 안전을 확인한 뒤 생산을 순차적으로 재개했으며 현재 장비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건설 중인 제2공장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여진에 대비해 일부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이번 지진이 주목받는 이유는 구마모토가 TSMC의 일본 핵심 거점을 넘어 첨단공정 거점으로 육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1공장은 2024년부터 가동 중이며, 제2공장에서는 2028년부터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다. 향후 추가 투자도 거론되는 만큼 이번 강진을 계기로 입지 안정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생산 재개보다 중요한 건 '수율'
최근 건설되는 첨단 반도체 공장은 높은 수준의 내진 설계와 무정전전원장치(UPS)를 갖추고 있다. 다만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진동에도 민감해 지진 당시 공정 중이던 웨이퍼와 노광 장비가 영향을 받았다면 수율(정상품 비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웨이퍼 한 장이 완제품으로 생산되기까지 통상 4~5개월이 걸리는 만큼 수율 검증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권의 한 반도체 교수는 "최신 팹(공장)은 대부분 내진 설계가 적용돼 건물 자체의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생산 재개 여부보다 웨이퍼와 장비가 영향을 받았는지, 이후 수율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지"라고 말했다.
삼성은 경쟁, SK는 협력…국내 업계도 상황 주시
국내 반도체 업계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향후 수율이나 납기에 변수가 생길 경우 고객사 수주 경쟁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은 하지 않지만 TSMC와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 2024년 대만 강진 당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TSMC를 찾아 복구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당장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비 점검 이후 수율이나 납기에 이상이 확인될 경우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생산 물량 배분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 수율에 변수가 생길 경우 삼성전자 등 경쟁 파운드리가 고객사 수주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협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