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데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는 장중 19% 넘게 급락했다가 일부 회복했다.

외신들 "기대 못 미친 최대 실적"…HBM 편중도 영향
SK하이닉스는 29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영업이익은 557% 늘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만큼 실적이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외신들도 실적보다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록적인 실적에도 시장의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장기 공급 계약과 HBM 중심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HBM 중심의 사업 구조도 이번 실적 부진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HBM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는 상대적으로 제한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레거시 D램 생산을 확대해 범용 D램 가격 상승 효과를 일부 누린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청주 낸드 생산라인 일부를 HBM 생산으로 전환할 정도로 AI 메모리에 집중해 왔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HBM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생산 규모는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작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컨퍼런스콜 답변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컸던 주주환원과 관련해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주환원과 관련한 시장의 높은 관심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서 주주환원 방식과 규모, 시점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확정되는 대로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메모리 너무 비싸"…애플 경고에 커지는 우려
메모리 가격에 대한 고객사들의 부담이 커진 점도 투자심리를 흔든 요인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반도체주 조정 배경으로 AI 투자 확대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시장의 우려를 지목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상황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후 애플은 아이폰을 제외한 맥(Mac)과 아이패드(iPad)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300달러 인상하며 실제 가격 조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발언과 가격 인상 이후 메모리 가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스마트폰과 PC 등 전통 IT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하며 5개 분기 연속 줄었고, 메모리 가격 부담으로 안드로이드 업체들은 신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보급형 모델 출시를 줄였다.

이제 삼성전자 실적을 뜯어볼 때…범용 D램·HBM4·파운드리 주목
시장의 시선은 이제 삼성전자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2분기 확정 실적과 함께 메모리 업황과 HBM 경쟁력, 하반기 수요 전망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 다른 점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범용 D램 공급업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성과 평택 D램 생산라인을 풀가동한 만큼 이번에는 범용 D램 가격 상승의 수혜를 크게 누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HBM4 공급이 지연됐다고 밝힌 SK하이닉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익성 개선 여부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4나노미터(㎚) 공정에서 HBM4용 베이스다이를 생산하면서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익성도 개선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애플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뒤 한국시간 31일 새벽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시장 전망과 애플의 부품 원가 및 공급망 관련 발언이 하반기 메모리 가격과 수요 전망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