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조류인플루엔자가 일 년 내내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한번 오른 계란값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네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양 모씨는 최근 장을 볼 때마다 계란 가격을 보고 한숨을 내쉰다.
양 씨는 "달걀프라이와 계란찜, 계란말이처럼 손쉽게 밥상에 올릴 수 있고 전이나 라면, 김밥 등 다양한 음식에도 들어가 자주 구매했는데 요즘은 가격이 부담돼 요리할 때 계란을 한두 알씩 덜 사용하게 된다"며 "전통시장에서도 대란 한 판이 8500~9000원에 판매돼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란을 비롯한 밥상 물가에 이어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저가 피자와 커피 브랜드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해 '가성비 먹거리'도 더 이상 가격 상승의 예외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계란(XL 30구) 평균 산지가격은 올해 1월 5208원에서 7월 6766원으로 6개월 연속 상승했다. 1월과 비교하면 29.9%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도 올해 1월 7080원에서 7월 7439원으로 5.1% 올랐다. 7월 가격은 지난해 평균 7013원보다 6.1%, 평년 가격 6794원보다 9.5% 높은 수준이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XL 30구 평균 소비자가격은 7115원으로, 2020년 연평균 가격 5378원보다 1737원, 32.3% 높다.
정부는 미국과 태국, 브라질산 신선란 수입을 확대하고 할인 지원과 납품단가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과 생산성 저하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가격 인상 움직임은 가공식품과 외식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업체들은 고환율과 국제유가·나프타 가격 변동으로 원·부재료와 포장재 비용이 오른 데다 물류비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 부담도 누적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뚜기는 지난 16일부터 카레와 당면, 케첩, 후추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최대 17%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30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햇반과 만두, 생선구이 등 8개 카테고리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올린다.
농심은 다음 달 1일부터 용기면과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한다. 용기면은 평균 6.0%, 스낵은 5.5%, 음료는 7.7% 오른다. 다만 봉지라면은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조도 다음 달 3일부터 참치캔과 수산캔 등 주요 가공식품의 출고가를 최대 20% 올릴 예정이다. 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같은 달 2일부터 도넛 39종의 가격을 평균 6.5% 인상한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오는 31일부터 빵과 케이크 76종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8.2% 올린다.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피자와 커피 브랜드까지 가격을 올리고 있다.
매머드커피는 다음 달 11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일부 제품 가격을 각각 200원 인상한다. 이에 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는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미디엄 사이즈는 1600원에서 1800원으로 12.5% 오른다.
아이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는 1900원에서 2100원으로 10.5%, 미디엄 사이즈는 2300원에서 2500원으로 8.7% 인상된다. 기본 핫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핫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가격은 동결한다. 매머드커피는 국제 정세 불안과 원부재료비를 비롯한 제반 비용 상승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들었다.
피자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저가 피자 브랜드 오구피자도 지난 27일부터 주요 피자와 사이드 메뉴 가격을 400~3000원 올렸다. 가격 조정은 약 3년 만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할당관세 확대와 원료 구매자금 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와 인건비, 물류비 등 비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며 "일부 지원만으로 누적된 원가 부담과 가격 인상 요인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