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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주권" 외친 與…'국민' 빠진 검찰개혁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 개혁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새 형사사법 체계 도입을 앞두고 형사소송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0월 2일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에 맞춰 관련 법규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집권 이후 줄곧 ‘국민주권’을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이 국가 권력의 주인이라는 주권재민의 헌법 원칙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개혁 논의만 놓고 보면 정작 국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소송법은 특정 기관의 권한을 조정하는 데 그치는 법이 아니다. 국가형벌권의 행사 절차를 정하는 법이다.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와 재판 절차가 모두 이 틀 안에서 움직인다. 설계가 잘못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억울한 피의자가 생길 수도 있고, 범죄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막힐 수도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법조계가 숙의를 강조해 온 이유다.

하지만 최근 법 개정 과정은 이런 기대와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형사소송법 개정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하루 만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공청회에서는 보완수사권이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를 '국민주권 정부의 확고한 국정 과제'라고 강조하며 기존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청회가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 '장윤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뒤 국민 여론은 보완수사권 존치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검찰 보완수사권에 대해 '경찰 견제와 부실 수사 방지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론조사가 언제나 절대적 기준일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주권을 그토록 강조해 온 집권당이라면 국민 다수가 보내는 우려의 신호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권력기관 개혁은 필요하다.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도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검찰 권한을 줄이는 것이 곧 국민 권익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 간 견제 장치가 사라지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통로가 막힌다면 그 피해는 힘없는 국민에게 먼저 돌아간다.

형사사법 체계 개편은 정권의 속도전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신체, 재산, 피해 회복과 직결된 문제다. 개혁의 이름으로 또 다른 사법 공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았다면 국민의 우려도 들어야 한다.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신중함이야말로 개혁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