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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팔기 위해 데이터센터 빌리는 엔비디아…고개드는 '순환금융' 우려

인프라 구축부터 GPU 공급까지 연결은 장점
AI 투자 둔화시 금융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어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개발과 자금 조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장기 임차해 개발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완공된 시설에는 자사 GPU를 공급하는 이른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정소희 기자]

1GW AI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GPU 넘어 인프라까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미국 데이터센터 운영사 헛8(Hut 8)이 텍사스에 건설 중인 '비컨 포인트(Beacon Point)' AI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장기 임차인이라고 보도했다. 헛8은 그동안 고객을 '투자등급 기업'이라고만 밝혔지만, 이번에 엔비디아로 확인됐다.

엔비디아는 352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2곳, 총 704MW의 IT 용량을 각각 15년간 빌리기로 했다. 기본 계약 규모는 약 196억달러다. 연장 옵션까지 포함하면 최대 30년간 약 502억달러 규모로 늘어난다.

비컨 포인트는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 플랫폼인 'DGX 슈퍼팟(DGX SuperPOD)'과 차세대 AI 클러스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완공 이후 수십만 개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가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가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 시설을 직접 사용하는 동시에 코어위브(CoreWeave) 등 AI 클라우드 기업에 일부를 다시 빌려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칩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헛8이 텍사스주에 조성할 비컨 포인트 데이터 센터 캠퍼스 예비 조감도 [사진=헛8 공식 홈페이지 캡처]

데이터센터 건설 돕고 다시 칩 공급…'순환금융' 구조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십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주기 전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낼 고객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엔비디아가 장기 임차 계약을 맺으면서 헛8은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그 안에는 다시 엔비디아의 AI 칩이 대거 들어간다. 이후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내부에는 엔비디아 GPU가 대규모로 공급된다.

FT는 이를 두고 "엔비디아가 고객의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자사 GPU 수요도 늘리는 순환금융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 "AI 투자 둔화하면 금융 부담 커질 수도"

외신들은 엔비디아가 단순한 칩 공급업체를 넘어 AI 인프라 투자와 자금 조달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AI 산업이 자본 집약적인 산업으로 바뀌면서 엔비디아도 더 큰 신용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의 높은 신용도가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의 자금 조달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투자가 계속 늘어날 때는 엔비디아의 GPU 판매와 시장 영향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반대로 투자 열기가 식으면 장기 임차와 금융 지원이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엔비디아가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에 투자하고 자금 조달을 지원했을 당시에도 외신들은 "고객사의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자사 칩 판매를 늘리는 구조가 AI 투자 거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헛8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 계약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칩 공급업체를 넘어 데이터센터 개발과 금융, 전력 인프라까지 영향력을 넓히면서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