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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 강화에…저신용자 최대 11만 9000명, 사채시장으로 밀려나"

서민금융연구원 '저신용자 설문 보고서' 발간
이용금액 최대 1.5조...전년 대비 2배 증가

서울 한 은행에 붙은 대출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대출 규제 강화와 경제 침체 속에서 지난해 대부업 대출이 막혀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난 저신용자가 최대 11만 9000명에 육박하고, 이용금액은 1조 5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연구원(원장 조성목)이 28일 공개한 '저신용자 설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 이용 저신용자 중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5만9000~11만9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불법사금융 이용 금액은 약 6000억~1조55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약 2만9000~6만1000명, 3800억~79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서금원은 저신용자가 신용 정보 노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낙인 효과를 우려해 응답을 회피하거나 정보를 숨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비대면으로 설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 추정 범위가 넓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금원은 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이동이 늘어난 배경에는 금융권 전반에 걸친 대출 풍선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DSR 규제 강화 등으로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중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이동했고, 그 결과 기존에 대부업을 이용하던 극저신용자들은 서민금융의 최후 보루에서조차 밀려나 불법사금융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제도권으로부터 이동하거나 신규 대출을 요청한 대부업체 신청자는 86만 명으로 2024년(62만 명) 대비 38.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청자가 늘다 보니 개인 신용평점 하위 50%의 대부업 대출 승인율은 9.1%로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결과적으로는 한계 차주를 흡수할 제도권의 여력이 소진되면서 불법사금융 이동률 자체가 2024년 5.2%에서 2025년 7.5%로 크게 상승했다고 서금원은 설명했다.

실제 저신용자 설문 보고서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비율은 59.4%에 달했다. 특히 대출이 거절된 차주 중 절반 이상인 50.7%는 대체 자금 수단을 찾지 못해 최종적으로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 조달 실패는 취약계층의 심리·행동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자금 마련에 실패한 차주의 45.6%가 "우울증이 심해지는 등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경우 10명 중 4명 이상(41.7%)이 "부정한 방법이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응답했다. 서금원은 청년층이 자금난 속에 범죄나 위험 행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금융업자를 구분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되는 문제도 심각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중 빌릴 당시 '불법업체인 줄 몰랐다'고 응답한 비율은 49.1%로 2년 전(22.3%)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55.8%는 상호만으로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사금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사금융 이용 과정에서 입은 피해는 '법정한도(20%) 초과의 과도한 이자'가 3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울러 '시도 때도 없는 불법 채권추심(17.5%)',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채무를 알리는 행위(14.0%)' 등 피해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이는 불법사금융업체가 고금리 수취를 넘어 사생활 침해와 협박 등 악질적인 추심 수단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신용자 설문 보고서는 서금원이 2018년도부터 매년 저신용자((신용등급 6~10등급) 및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1일부터 5월 27일까지 저신용자 97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무기명 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청년층, 저신용층, 무소득층은 등록 대부업 이용과 대출 승인이 모두 어려워 불법 사금융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의 '대출자숙제도'를 발전시켜 과도한 채무로 인한 파탄을 막기 위해 소비자가 스스로 대출 차단을 신청할 수 있는 '한국형 대출 자율통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