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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잡다 실수요 잡았나…조건부 전세대출 수술대

신축 전세대출 막혀 실수요 불만…금융위 "엄격관리속 핀셋보완"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규제 여파…입주예정자 잔금대출 협의 추진
분양가 상승속 계약금 마련 난항…캥거루족 대출 인정 범위 검토
상환 능력 DSR 기본 원칙 유지…지방 부동산 별도 활성화 논의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신축아파트 전세가 3억5000만원이고 4년된 인근 아파트는 4억5000만원인데 신축은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아 세입자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규제가 낳은 부작용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주택금융 규제와 실수요자 지원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갭투자를 막고자 도입한 규제가 무주택 세입자가 주변 구축보다 저렴한 신축 전셋집에 들어가는 길까지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대출규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잔금대출과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겪는 불편을 줄일 보완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출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면 시중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금융을 완화하면 다시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대출과 부동산 대출을 일관되게 엄격히 관리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며 "그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청년, 신혼부부가 겪는 불편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금융당국에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은 집주인이 소유권을 이전하는 조건을 전제로 세입자가 받는 전세대출이다. 정부는 매수인이 세입자가 내는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6·27대책에서 해당대출을 제한했다.

김 소장은 "신축 대단지가 입주하면 세입자는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에 2년, 길게는 4년간 거주할 수 있다"며 "갭투자를 막겠다고 세입자가 들어가는 길까지 막으면 부모 도움 없이는 신축전세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에 당첨된 무주택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는 사례까지 투기 잣대로 막는 것은 과도하다"며 규제완화를 제안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으로 잔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당시 부동산시장 과열을 촉진한 측면이 있었다"며 "시장전체를 봐야 하는 정책취지와 개별로 안타까운 사례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가 겪는 잔금대출 문제는 은행권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규제강화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진행한 단지는 원칙적으로 종전규정을 적용받지만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는 과정에서 자체로 대출문턱을 높이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정상 잔금대출이 가능해도 은행들이 총량을 맞추는 과정에서 추가로 조여 대출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은행권과 신속히 협의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청년과 무주택자가 받는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한 청년 참석자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청약에 당첨돼도 계약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청년과 무주택자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부모와 함께 거주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문제도 제기됐다. 이 위원장은 "청년들이 처한 실상과 현실이 있는 만큼 어디까지 인정할지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지방 주택시장을 향한 대출규제를 추가로 완화해 달라는 요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과 지방 LTV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이미 차등 적용하고 있다"며 "상환능력을 따지는 기본원칙과 기조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스트레스DSR 가산금리는 수도권 3%, 지방 0.75%로 적용된다. 그는 "지방경제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주택수요를 자극하는 대출과 주택공급을 지원하는 금융을 구분해 대응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수요자 금융은 잘못 완화하면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만 공급자 금융은 신규주택 공급을 도와 시장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대출규제 기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실수요 불편을 해소할 핀셋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