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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한국 검사의 객관의무는 법적 의무로 명문화하지 않는가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개혁은 검사가 누구를 위해 공소권을 행사하는지를 법률로 명확히 하는 데 있다. 검사는 범죄를 처벌하는 국가의 대리인이면서 동시에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공익의 대표자이다. 따라서 검사의 임무는 유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있다.

우리 형사사법은 이러한 원칙이 선언에 머물렀을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이미 경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다. 1991년 검찰은 필적감정을 근거로 강기훈 씨를 기소했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재심 끝에 대법원은 2015년 무죄를 확정하였다. 무죄가 밝혀지기까지 무려 24년이 걸렸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단지 당시 필적감정이 잘못되었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와 공판을 담당한 검사가 강기훈 씨에게 불리한 증거뿐 아니라, 유리한 정황과 반대 증거를 같은 무게로 검토했는지, 공소 유지 과정에서 최초의 수사결론을 의심하고 수정할 제도적 장치가 작동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다. 국가정보원이 확보한 중국 출입경기록이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고, 그 문서는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되었다. 적어도 검사는 수사기관이 가져온 자료를 법원에 전달하는 단순한 우편배달부가 아니다.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독립된 법률가로서 증거의 출처와 진정성, 적법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피고인이 문서의 위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거나 외국기관의 회신과 제출된 증거 사이에 모순이 발견되었다면, 검사는 공소 유지에 유리한 설명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증거가 허위일 가능성까지 법률가로서 검토하여야 한다. 의심스러운 증거를 검증하지 않은 채 제출하고, 그 증거가 허위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검사의 객관의무는 아무런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의 진정성과 적법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존재하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공소를 유지하는 검사는 수사기관의 결론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정에서 객관적 진실을 확인하는 최종 통제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검사가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객관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 어디에도 객관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 검사가 발견한 무죄증거나 증인의 신빙성을 흔드는 자료를 피고인에게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반면 미국은 1963년 Brady v. Maryland 판결 이후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증거, 그리고 증인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는 자료를 피고인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윤리규범이 아니라 연방 수정헌법 제14조 적법절차(Due Process)에서 비롯되는 법적 의무이다. 이를 위반하면 유죄판결이 취소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검사는 징계 및 검사 위법행위(Prosecutorial Misconduct)로 처벌받는다.

우리나라에도 증거개시제도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피고인의 신청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가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존재를 모르는 증거를 신청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자 방어권을 형식적으로 보장하는 데 그칠 뿐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공소청 체제에서는 이러한 한계가 더욱 분명해진다. 공소청 검사는 경찰이나 중수청의 수사결과를 그대로 승인하는 기관이 아니라, 그 수사가 적법하고 객관적인지 독립적으로 심사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소청법에는 검사의 객관의무를 선언이 아닌 법적 의무로 명문화해야 한다.

현행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로 규정하고, 검사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으나, 검사의 객관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출하거나 공개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공소청법은 최소한 다음의 내용이 명시되어야 한다.

첫째, 검사가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불리한 증거를 동일한 주의를 기울여 확인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둘째, 검사는 무죄·책임감경·형감경 또는 증인의 신빙성에 영향을 미칠 자료를 발견하면 이를 지체 없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 법원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검사는 수사기관이 이러한 자료를 누락하였다고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제출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무죄증거를 은폐하거나 허위 가능성이 있는 증거를 검증 없이 제출한 경우에는 실효적인 처벌 및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공소청은 단순히 검찰의 새로운 이름이어서는 안 된다. 조직이 아니라 철학이 달라져야 한다. 검사는 유죄를 입증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의를 입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강기훈 사건처럼 24년 뒤에야 무죄가 밝혀지고, 유우성 사건처럼 국가가 제출한 증거의 진위를 피고인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일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검사의 객관의무를 공소청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피고인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형벌권이 헌법과 적법절차에 따라 행사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공소청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영기 미국 변호사(위더피플 법률사무소) [사진=위더피플 법률사무소]

◇이영기 미국 변호사(애리조나주)

-위더피플 법률사무소 미국 변호사

-Law Offices of Hale & Rhee, Partner

-미국 애리조나 주 샌타크루즈 고등법원·시법원 형사 관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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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