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을 9440억원으로 정하면서 재계의 관심은 최 회장이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쏠리고 있다.
재판부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노 관장 몫은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켰지만, 944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서울고법은 24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면서도 주식을 직접 나누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경영권과 지배권 유지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매각해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SK그룹이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이후 지주사 지분을 그룹 지배력의 핵심으로 관리해온 만큼, 지분 매각은 마지막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원도 최 회장이 SK㈜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을 전제로 현금 지급을 결정한 만큼 지주사 지분을 먼저 처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개인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이나 금융자산 등 다른 자산을 우선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CXO연구소가 SK㈜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최 회장이 2016~2025년 SK㈜에서 받은 배당금은 총 7755억5773만원, 같은 기간 보수는 309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합한 세전 소득은 약 8065억2273만원이다.
다만 이는 SK㈜에서 확인되는 배당금과 보수만 반영한 수치다. 다른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나 금융·투자소득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현재 보유한 현금 규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10년간 벌어들인 8000억원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른 곳에 투자해 자산이 더 늘었을 수도 있고, 지출이나 투자로 줄었을 수도 있지만 전부 사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가치도 약 8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오 소장은 "배당금뿐 아니라 보유 주식 가치도 크게 올라 2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최근 반도체 호황이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자금 조달 여력에 도움을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을 3분의 2 대 3분의 1로 정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가사와 자녀 양육, SK그룹 관련 대외활동 등이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300억원 지원금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양측이 이날 선고에 불복하면 상고할 수 있다. 상고가 이뤄질 경우 대법원 재상고심을 거쳐 재산분할 규모가 최종 확정된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 지급이 지연될 경우 최 회장 측은 연 5%의 법정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최 회장 측은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취재진 질문에 응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