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최근 법원이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 당시 영풍의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까지 고려아연 노사와 공동 대응 의사를 밝히면서 관심은 오는 9월 임시주주총회로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갈등은 2024년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공개매수와 지분 확보 경쟁, 법적 공방, 주주 설득전이 이어지며 국내 자본시장 최대 규모의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다.
영풍·MBK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 경영진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독립성과 자본 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비철금속과 전략광물 공급망은 물론 2차전지 소재 등 미래사업 투자와 고용 안정이 위축될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다시 이슈가 된 이유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이 선고한 손해배상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이 호주 손자회사 SMC를 근거로 상법상 상호주 관계가 성립했다고 판단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적법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SMC를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일한 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당시 주총 의장이었던 박기덕 대표의 과실을 인정해 영풍에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MBK 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풍·MBK는 이를 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의결권 제한의 위법성을 인정한 첫 본안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이 2025년 1월 임시주총에 한정된 사안으로 현 경영체제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지배구조의 근거가 된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호주 자회사 SMH를 통한 상호주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고, 이에 대해서는 1·2심은 물론 올해 4월 대법원도 적법성을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SMC 역시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대법원 재항고심과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관련 쟁점을 다시 다툴 계획이다.

법원 판단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 최근에는 한국노총이 고려아연 노사와 공동 대응 의사를 밝히며, 이번 분쟁이 고용과 국가기간산업 문제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최근 고려아연 노사와 간담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확보 시도가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국가 핵심광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홈플러스 사례 등을 언급하며 사모펀드 중심의 단기 수익 추구가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역시 국가기간산업과 지역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제도 개선과 연대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임시주주총회는 단순한 이사 선임을 넘어 고려아연의 향후 경영권과 국내 기업지배구조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는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고려아연은 '국가 전략산업 보호와 장기 성장, 고용 안정'을 각각 앞세워 기관투자가와 해외 투자자, 소액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영풍·MBK가 이사회 내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참여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이 우위를 유지하면 현 경영진 중심의 경영체제가 재확인되면서 장기 투자와 기존 사업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하더라도 분쟁이 곧바로 마무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추가 지분 경쟁과 법적 공방,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9월 9일 임시주주총회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자 국내 기업지배구조와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