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필자가 신문사 데스크를 하던 시절인 2000~2001년에는 가요계에 많은 일이 있었다. 싸이 장나라 성시경 박효신 박화요비를 데뷔 또는 신인시절에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매우 소중한 취재이자 추억이었다. 그 당시는 음반을 내면 무조건 신문사로 올 때였다.

2001년 1월 싸이가 방모 매니저와 함께 CD 데뷔음반 ‘Psy From The Psycho World!’를 들고왔다. 수록곡을 거의 싸이가 작곡했고 타이틀곡 ‘새’는 싸이가 유럽음악을 샘플링한 곡이다. 나는 싸이에게 “가수를 하겠다는 친구가 배가 나왔어”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후 '새'가 불과 3개월만에 뜨는 바람에, 비슷한 시기에 신인에서 급속히 유명해진 수퍼 루키 배우 겸 예능인인 소유진과 중국집에서 대담을 붙인 적이 있다.
장나라는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 배우로 활동하면서 2001년 5월 발라드 가수로도 데뷔했다. 매니저가 데뷔음반 ‘First Story’를 들고 왔는데, 장나라는 그때만 해도 부끄러움이 많아 신문사에 선뜻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타이틀곡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후속곡 ‘고백’을 불렀더니, 대박이 났다. 물론 시청률 30%대를 구가하기도 한 MBC 시트콤 ‘뉴 논스톱’ 덕을 봤지만, 노래가 좋았다. ‘고백’은 지금 불러도 반응이 나올만한 발라드라고 생각한다. 삼속곡인 ‘4월 이야기’마저 터졌다. '청순'이 이런 거구나 했다. 이렇게 장나라 발라드는 멋지게 시작됐다.
2000년에는 신촌뮤직 장고웅 사장이 연락이 와 박효신과 박화요비를 만났다. “인천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애”라고 했다. 신촌뮤직의 실장이자 가수인 권인하가 두 사람을 데려왔다. 1999년 1집 앨범 ‘해줄수 없는일’을 낸 박효신은 부천 출신이었다. 그가 노래하는 걸 앞에서 봤는데, 2년차 가수가 10~15년 경력의 가수처럼 노래불렀다.
그리고 2000년말 성시경을 만났다. 매니저가 인터넷 가요제에서 우승한 가수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똑똑한 친구라는 말을 덧붙였다. 노래를 잘하는 건 장점인데, 당시는 머리에 든 게 많은 게 방송에는 별 도움이 안됐다.
하지만 요즘 성시경(47세)은 올드미디어, 뉴미디어 할 것 없이 물 만난 물고기다. 가수+예능인+유튜버로 맹활약한다.
그는 공연을 열면 잘팔리는 보컬리스트이자, 다른 가수의 콘서트의 게스트로도 인기다. 최근 열린 ‘2026싸이흠뻑쇼-의정부’에서 화사와 성시경이 게스트로 나왔는데, 인기 폭발이었다.
성시경은 유튜브의 주인공이나 게스트로도 최적합하다. 그 자신 또한 230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메가 파워 유튜버이기도 하다.
이렇게 성시경이 올드미디어건, 디지털 매체건 간에 잘 통하는 것은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과 저력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성시경은 ‘무릎팍도사’ 출연자와 ‘비정상회담’ MC로서도 조금 달랐다. 그 당시만 해도 그의 남과 다른 모습이 별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무릎팍도사’에선 쓸데없이 너무 딥하게 들어갔고, ‘비정상 회담’에서는 전현무, 유세윤과 달리, 논제에 대해 외국인 출연자들과 토론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MC가 그렇게 하면 안됐다. 더구나 지상파에선 그렇게 하다가는 논란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성시경이 간혹 욕을 먹기도 했다.

성시경은 활동 초반만 해도 TV 예능 고정 패널이나 고정 MC를 별로 맡지 못했다. 못했는지, 안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그의 디테일한 능력을 보여줄 예능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2013년 JTBC ‘마녀사냥’에서 유식한 언변을 구사하며 토크예능 MC로서 합격했고, 여세를 몰아 ‘비정상회담’ MC로도 기용됐다.
미국의 엘런 디제너러스가 진행하던 ‘엘런 쇼’는 지금은 폐지됐지만 무려 19시즌을 이어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투나잇 쇼’를 진행하는 지미 팰런, 선배 명MC 오프라 윈프리 등은 MC가 질문만 하는 게 아니다. 강력하게 치고 들어올 때도 있다.
그런 딜레마에 빠져있던(성시경은 ‘버터왕자’라는 안어울리는 캐릭터를 제법 오래 달고 있었다) 성시경은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와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오히려 만개하고 있다. 애주가인 성시경의 술 실력은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도움이 안되지만, 유튜브 ‘먹을텐데’에서는 군침을 돌게 한다.
최근 ‘짠한 형’에 나와 신동엽과 술잔을 부딪히며 1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가는데, 조금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평소 주류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성시경은 ‘경소주 51도’와 ‘경탁주 12도’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짠한 형’에서는 이 둘을 활용한 조선식 블렌딩 '혼돈주'를 소개하며 한국 전통주를 알렸다. 지상파에서는 아예 시도도 할 수 없는 내용이다.
유튜브 콘텐츠 ‘먹을텐데’는 코로나 시국에 시작했는데, 신당동 등 동네 맛집을 자주 찾아가 국밥, 고기, 면류를 좋아하던 모습이 구독자들을 불러들였다. 그 이전인 2014년 올리브 채널에서 신동엽과 ‘오늘 뭐 먹지? 딜리버리’라는 요리예능을 했던 경험을 제대로 확장시켰다.
성시경이 디지털 매체에서 유리한 건 또 있다. 그의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다. 일본어와 영어가 자연스럽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직접 인터뷰할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갖췄다. 이미 신동엽과 ‘성+인물: 일본편’(2023년)을 제작하기 위해 일본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초 등을 방문해 성(性)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필자가 최근에 성시경이 노래하는 걸 들어보니, 26년전 목소리 그대로다. 원래도 안정적인데 더욱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가장 적합한 음색과 톤을 더욱더 자신감 있게 끌고간다. 발라드의 벌스 파트는 잘 안들리는 가수가 많지만 성시경은 벌스의 섬세함과 미세함을 조절해가며 잘 살려낸다.(성시경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불러보면 결코 쉽지 않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아직 성시경이 보여줄 게 많을 것 같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