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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의 LTA와 무엇이 다른가…AI가 바꾼 메모리 공급계약

메모리 빅3 AI 메모리 '5년 계약' 확산
배터리는 공급계약·JV도 흔들렸지만
AI 메모리는 빅테크 투자 기반 '구조적 차이'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메모리 기업들이 하이퍼스케일러들과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고 있지만, 과거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장기 공급계약과 합작법인이 잇따라 조정됐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없는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 장기공급계약(LTA)이 3년을 넘어 5년으로 확대되면서, 과거 배터리 기업들이 완성차 업체와 맺었던 공급계약과의 차이점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D램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배터리 기업들도 완성차 업체와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JV)까지 설립하며 협력을 확대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계약과 투자 계획이 잇따라 조정됐다.

업계는 AI 메모리 시장은 계약 기간보다 수요를 만드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체결했던 9조6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을 해지했고, FBPS와의 3조9000억원 규모 공급계약도 종료했다.

SK온 역시 포드와의 북미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운영 방식을 변경하며 투자 전략을 수정했다.

장기 계약을 맺고 생산시설까지 함께 구축했더라도 전기차 시장 둔화와 정책 변화라는 변수는 피하지 못했던 셈이다.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전경 [사진=SK온]
메모리와 배터리의 계약 성격 차이 정리 표. [사진=챗GPT]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최종 소비자의 구매가 수요를 결정하지만 AI 메모리는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수요를 만든다"며 "소비 심리에 영향을 받는 시장과 기업의 중장기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은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은 경기와 금리, 정부 보조금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지원 정책 축소와 세액공제 종료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했고, 이는 배터리 공급계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AI 메모리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장기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기업이 먼저 투자 규모를 결정한 뒤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확보하는 구조다.

노 센터장은 "과거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객사에 직접 공급하는 범용 제품이었지만 AI 시대에는 엔비디아 중심 생태계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제품 사양과 공급 물량을 사전에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도 기존 6개월~1년에서 최근에는 3년을 넘어 5년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장기공급계약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HBM은 GPU와 서버 플랫폼에 맞춰 개발되는 맞춤형 제품인 만큼 수년 뒤 필요한 생산능력까지 미리 확보해야 한다.

과거처럼 가격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계약이 아니라 미래 생산능력을 예약하는 계약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메모리 장기계약은 가격을 희생하는 계약이 아니라 미래 수요를 예약하는 계약"이라며 "고객사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메모리 업체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장기계약이 늘어난다고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LTA가 전체 생산량의 40~50%를 차지하더라도 나머지 물량은 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며 "장기계약이 확대되면 오히려 현물 가격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계약이 바꾸는 것은 최고 실적(Peak EPS)이 아니라 불황기 실적(Trough EPS)"이라며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차세대 AI 메모리 'HBM4E'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도 장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퀄컴과 하만, 현대모비스, 덴소, 비스테온 등과 전략고객협약(SCA) 16건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SCA를 최소 구매 물량과 제품 로드맵 협력 등을 포함한 강화된 형태의 장기공급계약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