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AI와 로봇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산업, 기업경영, 환경·안전, 노동, 현장 애로 등 5대 분야에서 총 112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해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건의했다.

경총은 21일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가 기업의 혁신과 투자, 연구개발을 제약하고 있다"며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패러다임을 '선 허용·후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안에는 미래산업 29건, 기업경영 24건, 환경·안전 26건, 노동 6건, 현장 애로 27건 등 총 112건의 과제가 담겼다.
경총은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저작물 활용이 필수적이지만, 국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규정이 모호해 기업들이 법적 분쟁과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일본과 싱가포르처럼 AI 학습 목적의 데이터 이용에 대한 면책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봇 AI 분야에서는 자율주행과 달리 원본 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는 점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는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과 변조된 음성만 활용할 수 있어 사람의 표정과 음성 등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한 AI 고도화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도 포함됐다. 경총은 신차 생산이나 사고 차량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저압 상태의 수소차는 국제 충전 기준이 없어 충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별도의 충전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수소충전소 안전유리 설치 기준의 합리화, 이동형 수소충전소 운영 기준 완화, 신규 충전소 안전성능 중복 검사 개선도 건의했다.

기업경영 분야에서는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유턴기업 지원제도의 현실화를 촉구했다. 현행 제도는 해외사업장 구조조정과 국내 투자 방식 등에 대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제 대규모 국내 투자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대표법인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기한을 연장하는 등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환경·안전 분야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과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사용 인증 및 거래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방식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산업용 로봇과 작업자가 함께 일하는 협동작업 과정에서 공정별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동력·힘 제한(PFL) 검증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노동 분야에서는 장기 저성과자 해고 기준과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현장 애로 과제로는 노후 산업단지의 유휴부지에 물류기업 입주를 허용하고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회수한 가전제품 포장용 폐스티로폼(EPS)을 물류센터에서 분쇄·압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재생플라스틱 생산과 자원순환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AI·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며 "핵심 AI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신속한 규제 합리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를 넘어 피지컬 AI와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선 허용·후 규제' 원칙 아래 기업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