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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KT사옥 공사비 소송 패소…법원 "특약위험 알고도 계약"

서울중앙지법, KT 제기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승소 판결
쌍용건설 반소 기각…쟁점 '물가변동 배제특약' 효력 인정
리스크 예견 가능성 지적…유사 '공사비분쟁' 소송 이정표

[아이뉴스24 박지영 기자] 법원이 대형건설사와 발주처간 벌어지는 공사대금 증액갈등에 대해 '계약 자유의 원칙'을 우선하는 판결을 내렸다.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자재비 상승이라고 해도 계약서상 효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김경진 부장판사)는 KT가 쌍용건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이와 함께 쌍용건설이 자재비 상승분 등 추가 공사대금 142억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KT를 상대로 제기한 맞소송(반소)은 전면 기각했다.

쌍용건설 회사 건물. [사진=쌍용건설]

이 사건은 지난 2020년 7월 KT 신사옥 건설공사 입찰에서 쌍용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양사는 설계변경 등을 거쳐 최종 공사도급 계약금을 879억원으로 확정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공사기간중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겹쳐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붕괴됐고 자재비가 폭등했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1%대에 머물렀던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무려 28% 급등했다.

이에 쌍용건설은 5차례에 걸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KT는 이를 거부했다. 쌍용건설이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자 KT는 대금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법적소송을 제기했고 쌍용건설 역시 맞소송으로 대립해 왔다.

가장 큰 쟁점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 조정을 배제한다'는 계약서내 특약의 효력이었다.

쌍용건설측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원자재가 폭등은 계약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현저한 위험"이라며 "해당특약은 위험을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건설산업기본법상 무효인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쌍용건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특약은 물가상승시 증액을 금지할 뿐 아니라 물가하락시 감액도 배제하고 있어 한쪽에만 일방적인 조항이 아니"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전 원자재 선계약 등을 통해 위험을 회피할 수단이 존재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쌍용건설 시공능력과 지위를 무겁게 평가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28위에 달하는 대형건설사로서 풍부한 시공경험과 리스크관리 능력을 갖춘 만큼 계약체결 당시 특약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수용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계약체결 직전인 2020년 3월에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이 있었으므로 향후 경제적 변동성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쌍용건설에 비해 발주처인 KT가 계약당시 압도적인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계변경시에는 비용조정을 인정하는 융통성을 둬 시공사 이익을 합리적으로 보호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당사자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법원이 함부로 무효로 돌린다면 계약자유 원칙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건설업계와 발주처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인 수많은 팬데믹기 공사비 분쟁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박지영 기자(pj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