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인프라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경제학자인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호남 반도체의 허구와 실상-인(人)·수(水)·전(電) 관점에서 본 정책 실현 가능성'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의 핵심 과제인 전력 인프라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 2기씩, 총 4기를 건설해 용인과 함께 국내 양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박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합동워킹그룹 원전분과장, 전력수급계획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에너지경제학 분야 전문가다.
그는 최근 정부의 정책 기류 변화는 감지되지만, 정책 전환에는 기존 정책에 대한 성찰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에서 배출한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최근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지만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꾸려면 과거의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을 밀어붙인 데 대한 사과나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짓고 싶어도 핵심 설비인 가스터빈을 지금 주문하면 2030년 이후에야 공급받을 수 있다"며 "석탄발전은 줄이고 LNG 발전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인 전력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계속운전은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을 안전성 심사를 거쳐 추가로 운영하는 제도다.
그는 "국내에서는 계속운전 허가 심사가 길어지면서 원전이 수년간 멈추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원전 1기만 멈춰도 1~1.4기가와트(GW)의 전력 공급 능력이 사라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계속운전 허가를 장기간 부여하고 심사 과정에서도 발전소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국내도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계속운전 제도 개선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산업 클러스터는 공장만 짓는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산업 클러스터는 교육기관과 숙련 인력, 협력기업 등 산업 생태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기존 생산시설과 산업 기반이 부족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과 용수, 인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와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안홍상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장 등이 참석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과 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