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국내는 가격을 내리고 해외는 가격을 올렸다. 농심이 시장별 상반된 가격 전략을 펼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국내는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한 반면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현지 판매 제품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내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에서는 시장을 지키고 해외에서는 이익을 키우는 '두 개의 라면값' 전략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성장 축이 빠르게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9340억원, 영업이익은 67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 20.3% 증가했다. 연결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해외 사업이 있었다. 국내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반면 해외법인 매출은 23.1% 증가했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해외 법인이 성장했고 유럽법인 실적이 처음 연결 실적에 반영되면서 해외 사업 비중도 확대됐다. 국내법인 매출 감소를 해외 사업이 상쇄하는 구조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실적 변화의 배경에는 시장별로 달라진 가격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4월부터 라면과 스낵 등 총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0% 인하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하는 동시에 소비 위축으로 둔화된 내수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현지 판매 제품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K라면 인지도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이 가능했던 데다 판매량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해외 사업의 수익성이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다.
증권가도 이 같은 흐름이 2분기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농심의 2분기 연결 매출을 9324억원, 영업이익을 463억원으로 추정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제품 가격 인하와 원가 부담으로 별도 실적이 다소 둔화하겠지만 미국 가격 인상 효과와 해외 판매 확대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은 연결 매출 9157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을 전망하며 북미 평균판매단가(ASP) 개선과 일본·중국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증권사들의 공통된 시각은 올해 농심 실적의 핵심 변수는 국내보다 해외라는 점이다. 국내 시장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 기반 역할을 하는 반면 해외 사업은 외형 성장과 이익 개선을 동시에 이끄는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심이 시장별 다른 가격 전략을 펼치는 배경에는 사업 환경의 차이가 있다. 국내 라면 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 위축으로 가격 결정에 제약이 크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K라면 인지도 확대와 유통망 확장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가격 결정력도 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메인스트림 유통망 입지가 확대되고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되면서 해외 사업의 수익성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하반기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유럽 등 신규 시장 대응 능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툼바를 비롯한 신라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유통점 판매가 확대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며 "올해 하반기 가동 예정인 녹산 수출전용공장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유럽·러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