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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키운 에어컨 전쟁…유럽서 웃는 한·중·일

열돔 덮친 유럽, 냉방 수요 급증
한국·중국·일본 기업 판매 확대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기록적인 '열돔(Heat Dome)' 폭염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을 덮치면서 에어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냉방을 사치품으로 여겼던 유럽에서도 학교와 병원, 요양시설의 냉방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에어컨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야엘 브라운-피엣 프랑스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 국회에서 열린 주간 정부 질문 세션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의 변화는 아시아 가전업계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유럽이 폭염으로 달아오르는 동안 아시아 에어컨 제조사들이 시원한 돈을 벌고 있다(As Europe roasts in a heat wave, Asia's air-con makers grab some cool cash)'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아시아 업체들의 판매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에서 에어컨 판매가 두 자릿수 증가했다.

LG전자도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에어컨 생산라인을 지난 4월부터 최대 가동하고 있다.

독일의 온라인 에어컨 판매는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프랑스와 스페인으로의 출하량은 108% 늘었다.

삼성전자 '무풍 4Way 천장형 카세트' 에어컨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수혜를 보고 있다. 위닉스와 신일전자, 파세코 등은 창문형·이동식 에어컨 등 설치가 간편한 소형 냉방가전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공동주택 외벽에 실외기 설치가 쉽지 않은 유럽에서는 별도 공사가 필요 없는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파리 공동주택에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중국 기업들도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TV 제조사인 TCL과 하이센스는 에어컨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메이디(Midea), 그리(Gree), 하이얼(Haier) 등 에어컨 전문기업들도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다이킨과 미쓰비시전기 역시 유럽 시장에서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식 에어컨의 시작은 1902년 미국의 공학자 윌리스 캐리어가 인쇄공장의 습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장치였다. 사람을 시원하게 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 설비가 출발점이었다.

이후 에어컨은 고온다습한 기후를 가진 아시아에서 빠르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CES 2026의 TCL 부스 입구. [사진=박지은 기자]

싱가포르 초대 총리 리콴유는 자서전에서 에어컨을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며 열대 기후에서도 효율적인 행정과 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한 기술로 꼽았다.

최근 국내에서 에어컨은 가정용 가전을 넘어 반도체 클린룸과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정기 세척과 점검을 포함한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에어컨은 '사는 가전'에서 '관리받는 가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