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가장 흔한 소아암인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의 치료 예후를 악화시키고 항암제 반응 차이를 가르는 유전자를 국내 연구팀이 규명했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고 재발하는 난치성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마련에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김홍태 교수팀은 삼성서울병원 유건희 교수, 부산대 의과대학 김윤학 교수팀과 함께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ZNF184’ 유전자가 암세포의 DNA 복구 시스템을 마비시켜 질병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미성숙 림프구가 급증하는 혈액암이다. 소아암 중 치료 성적이 좋은 편인데 일부 환자는 재발을 겪거나 항암제 내성이 생긴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암세포가 DNA 손상을 고치고 견디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봤다.
![ZNF184가 많이 발현된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ALL) 세포에서는 DNA 이중가닥 손상(DSB)을 고치는 BRCA1 등 상동재조합(HR) 복구 단백질이 손상 부위에 충분히 모이지 못한다. [사진=UNIST]](https://image.inews24.com/v1/1da2e707e868a6.jpg)
연구 결과를 보면 ZNF184 단백질은 DNA 이중가닥 손상이 제대로 복구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DNA 두 가닥 모두에 손상이 생기면 BRCA1 같은 복구 단백질이 손상 부위로 모여 상동재조합이라는 정밀 복구를 진행한다. ZNF184가 활성화되면 이 단백질들이 손상 부위에 충분히 모이지 못한 것이다.
연구팀은 “상동재조합 복구가 완전히 막히면 세포가 죽는데 ZNF184는 정밀 복구가 어긋난 상태로 손상을 안고 살아남게 하는 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ZNF184 과발현 환자군은 전체 생존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ZNF184 발현량이 매우 높았다가 치료를 통해 암세포가 사라진 ‘임상적 관해’ 상태가 되면 급격히 낮아졌고, 이후 질병이 ‘재발’하면 다시 발현량이 치솟는 등 질병 진행 경과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패턴을 보였다.
연구팀은 ZNF184 과발현 특성을 역이용하면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고위험군 백혈병 환자를 미리 선별할 수 있는 유전적 지표(바이오마커)를 확보한 것”이라며 “암세포의 취약점을 찔러 정상 세포의 타격은 줄이고 암세포만 죽이는 안전한 맞춤형 정밀 의료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ZNF184 negatively regulates HR repair and predicts poor prognosis in acute lymphoblastic leukemia)는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10일 정식 출판됐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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