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 앞.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식사하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잠시 밖으로 나와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치킨을 나눠줬다.

이 자리에서 "이번 방한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황 CEO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이재용 회장과 아주 멋진 저녁 식사를 했다"고 답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만남이었다. 황 CEO가 최근 가장 자주 만난 국내 기업인은 최 회장이지만, 이 회장과도 물밑 만남을 이어왔음을 밝힌 셈이다.
6월 1일부터 7일까지 4번이나 만난 최태원·젠슨 황
황 CEO와 최 회장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서울에서 열린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별도 회동을 가진 사실도 알려졌다.
대만과 서울에서 이어진 일정에서도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만난 횟수만 4회에 달한다.
황 CEO가 최 회장과 만날 때 반복해서 언급한 것은 고대역폭메모리(HBM)였다.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황 CEO는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4E 웨이퍼에 "더 많이 만들어 달라(Please Make More)"고 적었다. 192GB 소캠(SOCAMM)에는 "소캠 사랑해(LOVE SOCAMM)"라는 문구를 남겼다.
지난 5일 홍대 회동과 7일 깐부치킨 회동에서도 HBM 증산 필요성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만 HBM4 퀄 테스트를 통과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를 향해 보다 빠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는 비공개 만남…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황 CEO의 발언과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삼성전자와 점점 깊어지는 관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황 CEO는 AI 추론용 반도체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를 공개하며 "삼성전자가 우리를 위해 그록3 LPU를 제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최 회장이 참석해 있었다. 그러나 황 CEO가 무대 위에서 직접 언급한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4 공급망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 또 HBM에 이어 AI 칩 생산까지 맡으며 공급망 내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황 CEO가 공개한 이 회장과의 미국 회동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최 회장과의 만남이 공개 일정으로 이뤄진 반면, 이 회장과의 만남은 황 CEO가 직접 언급하기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8일 삼성전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과도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다.

젠슨 황식 '밀당 전략'…공급망을 쥐락펴락
반도체 업계는 황 CEO의 최근 행보를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번갈아 가며 언급하며 양사와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다. 황 CEO가 공개석상에서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4와 파운드리 협력을 바탕으로 공급망 내 역할을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양사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방식도 다르다.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은 컴퓨텍스 부스 방문과 최 회장과의 연쇄 회동처럼 공개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삼성전자와의 접촉은 이 회장과의 미국 회동, 전영현 부회장과의 만남처럼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는 더 많은 생산을 주문하고 삼성전자와는 협력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두 회사를 모두 공급망 안에 두는 것이 가장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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