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다음 전장은 GPU가 아닌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맷 머피 마벨 CEO의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 무대에 등장해 "마벨은 차세대 1조달러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루 전에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루빈(Vera Rubin)'을 공개하며 "케이블이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두 발언이 AI 산업의 중심이 반도체 성능 경쟁에서 연결성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그동안 AI 경쟁은 누가 더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느냐에 집중됐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TSMC가 AI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GPU와 HBM 성능이 높아질수록 칩과 칩, 서버와 서버 사이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수만개의 GPU가 연결되는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연결을 담당해 온 구리선이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머피 CEO는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에서 "AI 인프라의 다음 병목은 컴퓨팅도, 메모리도 아닌 연결성"이라며 "구리선의 한계(Copper Wall)를 극복할 방법은 공동 패키징 광학(CPO)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구리 케이블은 초당 100기가비트(Gbps) 환경에서는 약 5m까지 연결할 수 있지만 200Gbps에서는 2.5m 수준으로 줄어든다. 400Gbps 이상에서는 서버 랙 내부 연결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광통신이다.
광통신은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전달한다.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마벨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벨은 최근 광통신 장치를 반도체 패키지 안에 직접 넣는 CPO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기존처럼 칩과 광통신 모듈을 구리선으로 연결하는 대신 광학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이동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카이스트에서 GPU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한 연구원은 "칩 내부에는 최소한의 구리 배선이 남아있지만 여러 개의 GPU와 서버를 연결하는 데는 구리선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엔비디아가 베라루빈에서 강조한 '선이 없다'는 표현도 CPO 같은 광학 연결 기술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가 베라루빈을 소개하며 "케이블이 없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풀이된다.
AI 데이터센터 내부를 가득 채운 복잡한 배선을 줄이고 광통신 기반 연결 구조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이미 세계 최초 양산형 CPO 스위치인 '스펙트럼-X 포토닉스(Spectrum-X Photonics)'를 공개하며 관련 기술 상용화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의 중심이 GPU 경쟁에서 데이터센터 전체 시스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GPU와 HBM 성능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GPU와 HBM, 네트워크, 광통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황 CEO가 마벨을 높게 평가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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