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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④상법 개정..."코리아 디스카운트 ↓"


주주 충실의무 확대·집중투표제 강화
기업들 자사주 소각·이사회 재편 속도
전문가들 "한국 증시 체질 바뀌는 중"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코스피 8682.40(6월 4일 장중)

이재명 정부가 막 출범한 지난해 6월초 코스피는 2700대에 불과했다. 정확히 1년 후 코스피는 '꿈의 숫자'였던 8000 중반까지 3배나 치솟았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에 의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가 크게 작용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 상법 개정을 시장에서 주주친화 정책으로 받아들인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코스피 8000포인트 돌파 기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상법 개정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재계의 풍경을 가장 크게 바꾼 정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암소와 송아지' 비유를 통해 개인투자자를 울리는 '물적분할-자회사 동시상장'을 비판했었다. "암소(모기업)를 샀는데, 암소가 낳은 송아지(자회사)는 주인이 따로 있다고 하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는 논리였다. 이 같은 행태를 근절하려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재계는 바짝 긴장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되면서 투자·인수합병(M&A)·유상증자 같은 주요 경영 판단마다 소송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행동주의 펀드와 해외 헤지펀드의 경영 개입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1~3차 걸친 상법 개정…기업들 대응 본격화

상법 개정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1차 개정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가 핵심이었다. 기존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충실 의무를 다하도록 규정했지만, 개정안은 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2차 개정에서는 집중투표제 확대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등이 추진됐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이사회 견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월 25일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며 3월 6일부터 시행됐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코스피 8000포인트 돌파 기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상법 개정 후 코스피 8000을 돌파한 상황을 챗GPT로 그린 그림. [사진=챗GPT]

이에 따라 기업이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해야 하며, 기존 보유 자사주 역시 1년 6개월 이내 처분 또는 소각 대상에 포함된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집중투표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 장치도 마련됐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는 이미 시행됐고, 독립이사·감사위원 관련 제도는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025년 5월12일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 유세장에서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쓰고 서명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빠진 재계…자사주 소각·이사회 구성 변경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2조3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완료했고, SK는 5조1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두산도 연내 3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추진 중이다.

상법 개정 이후 기업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상위 30대 그룹 계열사 229곳의 사외이사 847명을 분석한 결과, 재계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23.3%(197명)를 기록했다. 재계 출신 비중은 2024년 16%, 2025년 1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실제 기업 현안과 경영 판단 경험이 풍부한 재계 출신 사외이사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사외이사 59명 중 49%(29명)를 재계 출신으로 채웠고, SK 역시 80명 중 39%(31명)가 재계 출신으로 나타났다.

유지한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센터 전무가 지난 3월 26일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 '현대차 제5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자동차 스마트 드라이빙의 미래'를 주제로 주주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반면 삼성과 CJ·신세계 등 범삼성가는 여전히 관료 출신 비중이 높았다. CJ는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75%(21명), 신세계는 65%(13명), 삼성은 55%(33명)가 관료 출신이었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책임과 소송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산업 이해도와 규제 대응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사를 중심으로 사외이사 구성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주요 상장사들은 이사회 운영과 투자 검토 과정에서 법률 자문과 내부 검토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행동주의 펀드 대응 조직과 주주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투자자 신뢰 회복 성과…후속 제도 정비 필요"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추진된 상법 개정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시장에 비해 일반 투자자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신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일회성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지속된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난 1년간 이뤄진 상법 개정은 매우 획기적인 개선"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제도 개편이 이뤄졌고, 이재명 정부의 속도와 치밀함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가 현실이 됐다"며 "대부분의 내용이 대선 공약집에 담겼던 과제들인 만큼 지방선거 이후에는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5년 10월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경제계는 상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영 자율성 위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법 개정이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처리 문제와 경영 판단 위축 가능성 등에 대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주환원 확대와 함께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법 개정 과제가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겸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상법 개정과 관련한 세부 과제 7개 가운데 6개는 이미 완료됐다"며 "다만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는 아직 추진되지 않았는데 현재 상법상 주주제안 가능 안건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인 만큼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사소송 과정에서 증거와 자료를 상호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논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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