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모셔널'의 로보택시가 라스베가스 거리를 주행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9967daa3d355ac.jpg)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대한민국 도로 위 전기차 100만 대 돌파로 국가 산업 생태계가 '모빌리티 2.0'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래 차량은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을 돕는 '탈 것'에 그치지 않고,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자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진화하고 있다.
SDV→AIDV 진화⋯'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 열린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화두는 단연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SDV 시장 규모는 2023년 425억 달러(약 62조원)에서 2028년 1035억 달러(15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삼정KPMG 등 주요 기관이 향후 5년 내 관련 시장이 570조원(4197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자동차가 단순한 제조품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완전히 진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과거의 자동차가 출고 시점부터 가치가 하락하는 기계적 소모품이었다면, SDV 시대의 전기차는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성능과 편의성이 상시 진화하는 지능형 디바이스(장치)다. 현대차그룹과 테슬라 등 주요 제조사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며,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Recurring Revenue)을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중심이 되는 AIDV(AI Defined Vehicle)로 진화하고 있다. AIDV는 생성형 AI와 고도화된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차량이 스스로 학습하고 주행 환경에 최적화하는 단계다. 차량 스스로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해 개인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올해 1분기 신차 구매층 중 20대 4명 중 1명이 전기차를 선택한 배경에는 기계적 마력보다 소프트웨어적 연결성과 '경험의 확장'을 중시하는 세대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소프트웨어 구독 수익이 하드웨어 판매 마진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제조사가 '테크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만 생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차그룹 '모셔널'의 로보택시가 라스베가스 거리를 주행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1fc428cb5f04c3.jpg)
'움직이는 ESS⋯V2G로 전력망 판도 대전환
SDV의 지능이 배터리라는 하드웨어와 만나는 지점에서 전기차는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써의 활용 가치도 생겼다.
핵심은 V2G(Vehicle to Grid) 기술이다. V2G는 전기차를 전력망(Grid)과 연결해 배터리에 담긴 에너지를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대에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타임이나 전력 단가가 높을 때 계통에 다시 공급해 전력망의 부하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현재 출시된 전기차 1대의 평균 배터리 용량을 70킬로와트시(kWh)로 보고 단순 계산할 때, 100만 대를 모두 합친 잠재 배터리 용량은 70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시간당 전기 생산량(1GWh)을 고려하면, 국내 등록된 전기차의 10% 정도만 동원되더라도 원전 7기가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셈이다.
올해 초 제주 분산에너지 특구에서 실증을 완료한 V2G(Vehicle to Grid) 모델은 전기차가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에너지를 저장하고, 피크 타임에 계통에 공급하는 '가상 발전소(VPP)'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제주 실증 사업 참가자들에게 'V2G 이용 시에도 배터리 보증 유지'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기술적 자신감을 드러냈다. 쏘카 등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도 아이오닉 9과 EV9 등 대용량 배터리 차량을 투입해 '움직이는 ESS'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의 고질적 문제인 출력 변동성을 해결할 가장 유연하고 경제적인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전기차 차주는 전력 거래를 통해 연간 수십만 원의 부가 수익을 얻어 유지비를 절감하고, 국가는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인프라 건설 비용을 절감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발맞춰 V2G 상용화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올해부터는 도심 내 주요 공공기관과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양방향 충전 인프라 설치 보조금을 확대하고, 전기차 차주가 전력을 되팔아 얻은 수익에 대해 세제 혜택이나 전용 요금제를 적용하는 등 '에너지 모빌리티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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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사용 후 배터리,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
100만 대 돌파와 함께 '사용 후 배터리' 시장도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있다. 올해는 초기 전기차들의 배터리 교체 주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원년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시장은 올해 약 25조원(182억9000만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배터리 이력관리제(배터리 패스포트)'가 시행되며 시장의 투명성도 확보했다. 배터리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 잔존 가치를 객관화함으로써 중고 전기차 가치 산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폐기물이 아닌, ESS로 재탄생하거나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의 95% 이상을 다시 추출해 신규 배터리에 투입하는 '순환 생태계'의 핵심 원료가 된다.
정부가 '사용후배터리 산업 육성 및 관리 통합법'도 이러한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것이다. 그동안 기후에너지환경부(폐기물), 산업통상부(산업 육성), 국토교통부(자동차 관리)로 흩어져 있던 규제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민간 기업들의 투자가 봇물을 이루는 추세다.
실제로 포스코, 에코프로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AI 비전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해체 공정을 도입, 기존 수작업 대비 해체 효율을 3배 이상 높이며 핵심 광물 회수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업계는 2030년까지 신규 배터리 원료의 30~40%를 리사이클링 자원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배터리가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도시 광산'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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