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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도 못 막는 49층 열망"⋯목동 30조 '수주 대전' [현장]


토허제 재지정에도 신고가 행진⋯6단지 시공사 선정 '분수령'
이주 2.6만가구·공사비 급등 변수⋯전셋값 '연쇄 상승' 부를듯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이요? 대세에는 지장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8단지까지 조합 인가가 났고, 6단지는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시공사 뚜껑을 열잖아요. 지금 목동은 규제보다 '누가 들어오느냐'가 더 큰 관심사입니다." (양천구 목동6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B씨)

7일 오후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는 벚꽃보다 풍성한 '현수막 전쟁'이 한창이다. '8단지 조합설립 인가'를 축하하는 메시지부터, 시공사 선정을 앞둔 건설사들의 브랜드 홍보물까지 얽히며 목동은 거대한 '재건축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목동 14단지 앞 현대건설이 보낸 현수막이 걸려있다. 14단지는 다른 구역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정비구역지정이 완료돼 시공사 선정 국면에 진입, 최고 49층, 약 518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김민지 기자]
목동 14단지 앞 현대건설이 보낸 현수막이 걸려있다. 14단지는 다른 구역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정비구역지정이 완료돼 시공사 선정 국면에 진입, 최고 49층, 약 518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김민지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 시장이 정부와 서울시의 강력한 규제책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 수요는 억제됐지만,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실거주 목적의 대기 수요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로 재편된 영향이다.

'30조 잭팟' 목동을 잡아라…건설사들 '길거리 도열' 진풍경

목동 재건축 시장이 본격적인 분기점에 들어섰다. 총 14개 단지, 4만7000가구가 넘는 '미니 신도시급' 사업으로, 단일 권역 기준으로도 보기 드문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처럼 판이 커지자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목동 전체 재건축 사업 규모는 공사비만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단일 지구 기준으로는 서울 주요 재건축 축으로 꼽히는 '압구정·여의도·성수동'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결국 이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주 실적은 물론 브랜드 위상까지 좌우될 수 있다. 건설사들이 입찰 전부터 수주전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현대건설은 목동 10단지 인근에 하이엔드 브랜드 홍보관인 '디에이치 목동 라운지'를 개관하며 선제 공격에 나섰다. 단순히 한 단지를 따내는 것이 아니라 목동 전체에 '브랜드 타운' 이미지를 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대우건설 등도 단지별 전담 팀을 구성해 주 3회 이상 현장 밀착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전례 없는 공을 들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목동은 단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6단지 같은 초기 사업지의 시공권이 나머지 13개 단지의 '도미노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사 입장에선 향후 10년 먹거리가 달린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목동 14단지 앞 현대건설이 보낸 현수막이 걸려있다. 14단지는 다른 구역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정비구역지정이 완료돼 시공사 선정 국면에 진입, 최고 49층, 약 518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김민지 기자]
목동 7단지 내에 DL이앤씨가 보낸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규제 강화에도 속속 신고가…8단지 조합 인가로 '완전체' 성큼

지난 3일 서울시는 목동 일대를 2027년 4월까지 토허제로 재지정했다. 실거주 의무와 갭투자 차단이라는 강력한 족쇄가 채워졌음에도 현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오히려 호재가 규제를 덮는 형국이다.

시는 지난 1일 열린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지역 주요 재건축·개발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의결한 바 있다. 해당 지역들은 2021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처음 지정된 후 첫 연장이다.

특히 목동 8단지는 4월 3일 양천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최종 받으며 재건축 9부 능선을 넘었다. 8단지는 최고 49층, 1881가구의 초고층 랜드마크로 재탄생할 준비에 들어갔다. 이러한 기대감은 수치로 증명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목동 8단지 전용 71㎡는 조합인가 직전 2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5억원 이상 급등했다. 인근 단지들도 동반 상승 중이다.

목동 12단지 전용 56㎡는 지난 1월 18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고, 7단지 전용 66㎡ 역시 27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만에 7억원 이상 폭등했다.

중소형 평형대의 회복세도 가파르다. 목동 11단지(전용 51㎡)는 지난달 16억8000원에 거래되며 전고점의 95% 수준까지 올라섰다. 목동 13단지(전용 70㎡)는 21억5000만원, 목동 14단지(전용 71㎡)는 22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만에 단지별로 5억~7억원가량 몸값을 올렸다.

목동 6단지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6단지가 목동 재건축의 '첫 깃발'을 꽂을 전략적 요충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정네거리역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6단지가 재건축 후 신축으로 탈바꿈할 경우, 현재 인근 대장주인 아델리체나 파크 자이의 시세를 가볍게 뛰어넘는 30억원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며 "건설사들이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입찰에 공을 들이는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목동 14단지 앞 현대건설이 보낸 현수막이 걸려있다. 14단지는 다른 구역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정비구역지정이 완료돼 시공사 선정 국면에 진입, 최고 49층, 약 518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김민지 기자]
목동 6단지는 지난 2월 시공사 입찰 공고를 공개, 4월 10일 입찰이 마감된다. 6단지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재건축 사업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사진=목동6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

특히 건설사들은 목동 인근 신축 단지들의 시세를 마케팅 지표로 적극 활용 중이다. 현재 목동 6단지 인근의 '목동 파크 자이(2019년 입주)' 전용 84㎡는 21억원대를 형성했다. 신정동의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2021년 입주)'는 최근 18억9000만원,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위브(2020년 입주)'는 13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장에서는 목동을 단순한 재건축 단지를 넘어 ‘상급지 갈아타기의 종착역’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감지된다. 다만 아직은 초기 국면인 만큼, 수요 이동이 본격화됐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고도 제한 완화 이슈와 맞물린 '49층 초고층' 설계는 시장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기대감과 실제 가치 상승 사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동역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층수 완화가 현실화하면 상징성이 생기면서 지역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압구정처럼 확고한 상급지로 평가받기까지는 학군과 생활 인프라 등 복합적인 요소가 뒷받침돼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평당 1000만원 시대…데이터로 증명된 '비용 리스크'

긍정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14개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약 2만6000가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서울 서남권 전세 시장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소장은 "목동은 자녀 교육을 위해 진입한 전·월세 가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이주가 시작돼도 학군지를 벗어나지 않고 '반경 3km 이내' 밀집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강서, 구로, 영등포 등 인근 서남권 전세 시장이 이들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공사비 역시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초 건설공사비지수(CCI)는 133.5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공사비 상승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사례와 비교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송파구 마천4구역은 3.3㎡당 959만원,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998만원에 시공사 계약을 맺었다. 이를 감안하면 목동 6단지의 950만원 역시 ‘저렴하다’기보다 현재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최소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체감 부담이다. 5년 전만 해도 평균 공사비가 500만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몇 년 사이 90% 가까이 뛰었다. 같은 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사실상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비용 급등은 결국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향후 분담금 증가를 둘러싼 갈등이 재건축 사업의 또 다른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시간'이다. 2030년 11월 시행 예정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 개편을 앞두고, 인허가를 서두르려는 목동의 ‘속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도 제한 완화가 적용되면 층수 상향이 가능해 사업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적용 시점과 제도 변화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상당수 단지가 현행 기준 내에서 조기 착공을 택하는 분위기다.

목동 14단지 앞 현대건설이 보낸 현수막이 걸려있다. 14단지는 다른 구역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정비구역지정이 완료돼 시공사 선정 국면에 진입, 최고 49층, 약 518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김민지 기자]
양천구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6.04.07. [사진=김민지 기자]

시장에서는 목동발 상승 흐름이 인근으로 번지는 양상에도 주목한다. 핵심 지역 가격이 오르면 주변 지역이 격차를 줄이며 뒤따르는 이른바 '갭 메우기(Gap-filling)'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KB부동산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양천구와 강서구 아파트값의 상관계수는 0.87로, 서울 내에서도 가격 움직임이 함께 가는 수준이 높은 편이다.

전세시장에서도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목동 전세가격이 오르자 일부 수요가 화곡동으로 이동, '강서 힐스테이트' 등 준신축 단지의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전세가 역시 전년 대비 10~15%가량 오르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목동의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될 경우, 이 같은 수요 이동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 지역 전세가격이 오르면 인근 지역까지 함께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서남권 전반의 주거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목동 재건축은 단일 단지를 넘어 서남권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평가된다. 6단지 시공사 선정을 기점으로 사업 속도가 본격화될 경우,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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