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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사례로 본 한국 경제 '위기극복 DNA'


[창간 26주년] 삼성, 위기 때마다 기술로 승부
SK=미래 베팅, LG=원팀정신, 현대차=실행력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한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반복된 충격 속에서도 산업 구조를 바꾸며 생존해왔다. 위기 때마다 기업들은 방향을 전환했고, 그 과정에서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핵심 산업 경쟁력이 오히려 강화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지금의 위기는 과거와 달리 더 복합적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인구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인공지능(AI) 중심 산업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위기다. 과거의 위기 극복 DNA를 되살려 변화된 상황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삼성·SK·LG·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의 '위기극복 DNA'는 참고할만하다.

"사즉생"…삼성, 위기 때마다 기술에 승부

삼성의 위기 대응은 항상 기술에서 출발했다.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은 '2·8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반도체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삼성의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왼쪽부터), 故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1993년 이건희 선대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선언하며 품질 중심 경영을 주문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경쟁력으로의 전환이었다. 이후 삼성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속에서도 반도체 투자를 줄이지 않았고, 이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졌다.

이재용 회장 역시 지난해 3월 위기 대응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삼성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내줬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HBM4(6세대) 첫 출하에 나서며 반격에 나섰다. 메모리 업황 회복에 힘입어 최근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이다. 적자를 이어온 파운드리(반도체 설계) 사업 역시 내년 1조원 이상의 흑자 전환 기대가 나온다. 모바일과 가전 사업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기 때마다 삼성은 비용을 줄이기보다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을 해왔다. 그 결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초격차 전략이 삼성의 생존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다.

"무조건 가자"…SK, 미래 산업에 베팅해 기회 창출

SK의 위기극복 방식은 '선제적 베팅'이다.

2012년 최태원 회장은 경영난에 빠진 하이닉스 인수를 직접 결단했다. 약 3조4000억원이 투입할 당시 적자 반도체 기업을 떠안는다는 점에서 재계 안팎의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단기 수익보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HBM 등에서 큰 성과를 냈다.[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과 실리콘관통전극(TSV), HBM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HBM은 초기 시장이 작고 수익성이 낮아 회의론이 컸지만, 투자를 중단하지 않았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AI 시대 핵심 메모리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HBM 호황을 바탕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47조원 안팎까지 확대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44조원보다 많았다.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당시 "도시바는 낸드를 발명한 회사다. 무조건 가자"고 결단했다. 실적 개선은 곧바로 보상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기본급의 2964% 수준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며 역대 최대 성과급을 책정했다.

최근 그는 "AI가 기업의 가치와 운명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산업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슈퍼 모멘텀'이 정리한 SK의 전략은 단순하다.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미래 산업에 먼저 올라타는 것이다.

"고객이 답이다"…LG, '원LG'로 사업 확장

LG의 전략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에 있다.

대표 사례가 배터리 사업이다. 1990년대 시작된 투자는 초기 수익성이 낮았지만, LG는 연구개발과 투자를 지속했다. 그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원LG(One LG)' 전략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 CNS 등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로봇 등에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왼쪽부터)메르세데스-벤츠 R&D 코리아 컬삿 카르탈 센터장, 메르세데스-벤츠 이다 볼프 기업본부 총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이사,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올라 칼레니우스 CEO, LG전자 조주완 CEO, LG디스플레이 정철동 CEO,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CEO, LG이노텍 문혁수 CEO이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만나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5.11.13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전기차에서는 배터리·전장·디스플레이를 동시에 공급하고,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전력·운영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구광모 회장은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또 "실패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장기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LG는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기보다, 고객 기준으로 선택하고 시간을 들여 키우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체질 개선이 답"…현대차, 전동화·AI로 전환 가속

현대차그룹은 위기 때 실행으로 대응해왔다.

외환위기 당시 기아 인수는 큰 부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대의 계기가 됐다. 이후 현대차는 글로벌 생산과 판매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외형을 키웠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로보틱스, 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판매 증가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익성도 개선되면서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규모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공식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가 차세대 '뉴 아틀라스'를 소개하고 있다. 2026.01.06 [사진=박지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현대차그룹 로봇개 '스팟' [사진=박지은 기자]

정의선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위기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객 중심 혁신, 민첩한 의사결정, 공급망 생태계 강화, AI 기반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산업 전환 대응에 나섰다.

정주영 창업회장의 "길이 없으면 찾고,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철학 역시 여전히 현대차 전략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 반등 뚜렷…AI·전동화 수요에 업황 회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은 최근 실적과 투자 모두에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5조~4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수요 확대 영향으로 같은 기간 37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 고부가 차량 비중 확대 영향으로 지난해 20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는 배터리와 전장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안정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성장 국면 속에서도 각사별 과제는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는 2년 만에 노조와 파업 갈등과 파운드리 적자 지속 등 내부 리스크도 동시에 안고 있다.

LG는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배터리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지목되고 있으며,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AI와 전동화 수요가 맞물리며 업황은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공급망 재편과 통상 환경 변화까지 겹치면서 각 그룹의 투자 방향과 기술 경쟁력이 향후 실적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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