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공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지산)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자 정부가 ‘주거용 전환'이라는 해법을 꺼내 든다.
지산을 오피스텔 등 준주택으로 바꿔 공실 문제와 도심 주택 공급 부족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산 프로젝트는 보통 분양 대금으로 PF 대출을 갚는 구조를 띤다. 이 때문에 공실이 늘어 분양이 지연되거나 계약자의 잔금 납부가 늦어질 경우 금융권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구로구 인근 지식산업센터 건물.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3f0f44d9e7d64.jpg)
실제 지산 거래 시장은 빠르게 냉각되는 모습이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지산 매매 거래량은 3030건으로 전년(3889건) 대비 22.1% 감소했다. 거래 금액 역시 1조2827억원으로 23.7% 줄어들며 시장 위축이 뚜렷해졌다.
특히 경기도는 2022년 이후 유지해 온 연간 거래 2000건 선이 무너지며 거래량이 전년 대비 24.4% 감소했다. 하남(222건), 안양(201건) 등 수도권 지산 밀집 지역에서도 거래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거래 위축은 공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 지역 일부 신축 지산의 공실률은 6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분양을 받은 계약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잔금 납부율이 30%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대금으로 사업자가 금융권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만큼, 분양대금 회수가 지연될 경우 PF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투자 수요 위축과 금융비용 상승이 겹치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빈 건물 활용"…정부가 특별법 추진하는 이유
정부가 지산의 용도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당면 핵심과제로 떠오른 도심 주택 공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신규 택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 경우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린다. 이에 비해 이미 지어진 건물을 활용해 용도를 바꾸는 방식은 공사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정부는 주택 공급대책에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준주택 활성화 방안도 포함하는 등 저(低)이용 상업시설을 준주택으로 용도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축물은 한 번 지어지면 수십 년을 사용하지만 시장 수요는 시기마다 달라진다"며 "공실 상태로 방치된 비주거 시설을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상반기 중 '상가·업무시설 용도 변경 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산이 주로 위치한 일반공업지역에서는 오피스텔 등 준주택을 허용하고 주차장이나 소방 등 일부 건축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방식이 실제 주택 공급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5일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은 서울 역세권에 있는 미분양·공실 지산을 오피스텔로 전환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서울에서만 1만 가구 이상의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특히 지산이 다른 상업용 건물보다 주거 전환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산은 층고가 평균 6m 정도로 높아 복층형 주거 공간을 만들기 쉽고, 내부 구조 변경이 가능한 기둥식 구조가 많아 리모델링 효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PF 부실로 착공이 중단된 사업장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매입해 청년이나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구로구 인근 지식산업센터 건물.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34222057f4590.jpg)
"이미 세계적 추세"…미국·유럽의 전환 정책
이미 우리보다 앞서 오피스 과잉 공급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홍역을 치른 주요 선진국들은 건축물의 용도를 과감하게 바꾸는 이른바 '컨버전(Conversion)'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기존 건축물의 뼈대를 활용해 도시의 필요에 맞는 시설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재택근무 확산과 오피스 수요 감소로 도심 공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국이다. 워싱턴DC는 최근 낡고 공실이 심한 오피스를 호텔·레스토랑·주거시설 등 활용도 높은 공간으로 전환할 경우 15년간 세금을 동결해 주는 '오피스 투 애니싱(Office to Anything)'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도심 주거 인구를 늘리기 위한 '하우징 인 다운타운(Housing in Downtown)' 프로젝트를 통해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게 장기간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역시 1990년대부터 노후 오피스를 아파트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소규모 사무실을 리모델링해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럽 주요 도시들도 건축물 용도 변경에 비교적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은 역사적 건축물의 외관은 보존하면서 내부를 주거시설이나 호텔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도시 내 숙박 시설이나 상업 공간 수요가 늘어나면 기존 건물을 호텔이나 상업시설로 전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수요가 줄어든 상업용 건물을 리모델링해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활발하다"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도심 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산의 주거 전환이 공실 문제를 완화하고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용도 변경 허용을 넘어 건축 기준 완화와 세제·금융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건축물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정책 취지가 시장에서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제도 설계와 사업성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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