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지식산업센터 '주거용 전환' 해법⋯현실은?


리모델링 비용·구분소유 구조 등은 장벽 될 듯
전문가 "세제·금융 완화 없으면 전환사업 제한"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공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지산)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자 정부가 '주거용 전환'이라는 해법을 꺼내들고 나섰다.

지산을 오피스텔 등 준주택으로 바꿔 공실 문제와 도심 주택 공급 부족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도심 내 신축 단지를 올리려면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최소 10년이 걸리지만, 지산 전환은 구조 변경만으로 공급 기간을 80% 이상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과 구분소유 구조라는 현실적 장벽이 남아 있어 실제 전환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로구 인근 지식산업센터 건물. [사진=김민지 기자]
구로구 인근 지식산업센터 건물. [사진=김민지 기자]

앞서 지난 1월부터 정부는 이번 공급대책에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준주택 활성화 방안도 포함하는 등 사실상 방치된 상업용 빌딩을 준주택으로 용도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정부가 이처럼 별도의 법 제정까지 나선 것은 기존 방식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에도 '5·6 공급대책'을 통해 오피스와 상가 등을 공공이 매입해 주거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기존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거나, 까다로운 오피스텔 기준에 맞춰 변경하는 등 방식이 제한적이어서 시장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전환이 어려운 이유로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 △기존 건축 기준과의 충돌 △구분소유(호실·칸별) 구조 등의 구조적 장벽을 꼽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무실 건물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단순한 용도 변경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공사 과정에서는 상당한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라며 "사무실 용도의 공간을 주거용으로 바꾸려면 주방과 욕실 같은 물 사용 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시설은 배관과 방수 설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바닥 구조를 보강하고 배관 공사를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사무실 건물은 이런 설계를 전제로 지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공사 범위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벽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사무실은 공간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도록 가벽 구조가 많은 반면, 주거시설은 층간 소음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 두꺼운 구획벽이 필요하다.

이 연구위원은 "사무실용 가벽은 소음 차단 기준이 주거시설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주거용 기준에 맞게 벽을 다시 시공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런 공사가 누적되면 리모델링 비용이 상당한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 규제도 변수로 꼽힌다. 오피스텔 관련 법규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지산의 주거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설계 기준 충돌 문제가 발생했던 만큼 지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1년 정부가 주거 사용이 금지된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도록 유도했으나 복도 폭이나 주차 기준 등 오피스텔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실제 전환이 어려웠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산에서도 이와 유사한 설계 기준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산은 원래 업무시설로 설계된 건물이라 주거용 오피스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오피스텔은 복도 폭이 최소 1.8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미 지어진 지산 건물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건물 구조를 지탱하는 내력벽을 철거해 복도를 넓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지산의 건축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산은 층고가 보통 4.5~6m 수준으로 일반 주거시설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며 “이 공간을 활용해 다락형 구조를 허용하거나 주차장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준주택에 맞는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물의 소유 구조도 또 다른 장벽으로 꼽힌다.

지산은 대부분 호실별로 소유주가 다른 '구분 등기' 방식으로 분양된다. 아파트처럼 하나의 공동주택으로 관리되는 구조가 아니라 개별 투자자들이 사무실 한 칸씩을 각각 소유하는 구조다.

이 연구위원은 "일부 호실만 주거용으로 바꾸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건물 전체가 함께 전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다수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와 금융 규제도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산의 입지 자체는 주거 수요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한다. 지산은 산업단지나 업무시설이 밀집한 지역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 직장과 가까운 주거 공간을 찾는 1인 가구 수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산은 대부분 직주근접 입지에 있어 1인 가구 중심의 주거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면서도 "오피스텔은 취득세 부담과 주택 수 산정 문제 등으로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취득세율이 일반 주택보다 높은 데다 주택 수에도 포함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용도 변경 허용을 넘어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주거 전환 과정에서 평당 수백만 원 수준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때 사업성이 확보되려면 시행사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수분양자에게는 세제나 금융 규제 완화 같은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대중 교수 역시 "이미 PF 대출 부담이 큰 시행사가 추가 공사 비용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비주택 사업이라는 이유로 주택도시기금 지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금융권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보증이나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산의 주거 전환이 일부 지역에서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리모델링 비용 부담과 세제·금융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전환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기보다, 지산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준주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산 특유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1인 가구에 최적화된 복층형 주거 공간이나 코리빙(Co-living) 시설로 유도하는 파격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산의 주거 전환이 공실 해소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제도 설계와 정책 지원 수준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지식산업센터 '주거용 전환' 해법⋯현실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