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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지역중심주의돼야…현 중앙집권으론 해결 못해 [지금은 기후위기]


지역이 전력 생산과 소비·거래의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 따로 있고 쓰는 곳이 따로 있다. 지역에서 만든 전기는 공장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으로 운송한다. 이 때문에 송전탑 건설 등 여러 갈등이 뒤엉켜 있다.

재생에너지 시대에 이 같은 시스템으론 상황 대처에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은 지역이 중심이 돼 소비와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로 100기가와트(GW)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원자력 발전 1기의 발전 용량은 약 1GW이다. 100GW는 원자력 발전 100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제주도 한림읍 월령포구에 있는 풍력발전기가 석양을 받으면 돌아가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제주도 한림읍 월령포구에 있는 풍력발전기가 석양을 받으면 돌아가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재생에너지 생산의 중심지인 호남과 제주에서는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접속이 제한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전력시장 개선 방안’에서 이러한 모순의 원인이 재생에너지 기술이나 주민 수용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중앙집중적으로 설계된 전력시장 구조에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중심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역이 직접 전력 생산·소비·거래에 참여하는 지역주도형 전력시장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3년 기준 약 30GW 수준의 설비 용량을 3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실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24년 계통포화를 이유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호남과 제주는 전 변전소가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지역에서는 송·변전 설비가 완공되는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계통 접속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가장 많은 설비가 들어선 지역이 오히려 전환의 병목으로 묶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계통포화 상황에 대해 정부와 전력 당국은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해 송전선 건설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접근이 시간적·사회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345kV 송전선 하나를 건설하는 데 평균 9년이 걸린다. 이미 계획된 송변전 설비 사업의 절반 이상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송전망 확충만으로는 2030년 목표에 맞춰 재생에너지 수용 여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다시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식에만 의존할 경우 계통 문제 해결에 장기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지역 PPA(전력구매계약)와 지역 유연성 시장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99%는10메가와트(MW)미만의 소규모 설비이다. 대부분 배전망에 연결돼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에 주목해 배전계통을 활용해 지역 내에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할 경우 대규모 송전망 증설 없이도 재생에너지 수용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주시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지역 PPA를 통해 중소기업에 민간 주도 PPA나 한전 요금보다 저렴한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며 지역 기반 전력 거래가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현행 직접 PPA제도가 최소 설비용량과 계약전력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어 중소기업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발전원과 다수의 수요자가 참여할 수 있는 집합형 PPA구조를 허용하고 인근 지역에서 생산·소비되는 전력에 대해서는 망 요금을 차등 적용해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방정부와 지역 에너지공사가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사업자나VPP(가상발전소)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전기요금 부담 완화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전력망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누가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될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라며 “지역을 계통포화로 묶어두고 송전망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도, 지역 균형발전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지역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거래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구조를 전환해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부담 완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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