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에 최근 한 통의 손편지가 도착했다.
지난 2월 신호위반 대형버스에 치여 생사의 기로에 섰던 이모(15) 군이 극적으로 회복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매 순간 곁을 지킨 의료진에 대한 보호자의 깊은 감사가 담겼다.
이 군은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신호를 위반한 대형버스에 치여 간·폐 파열, 골반·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로 옮겨진 그는 도착과 동시에 레보아(REBOA·대동맥내 풍선폐쇄소생술) 시행과 긴급수술을 받았고, 외상중환자실로 옮겨진 뒤에도 추가 수술과 에크모(ECMO) 치료가 이어졌다.
보호자는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막상 외상센터에 들어서니 마치 우리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됐다”며 “그날 의료진이 제자리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지금 이곳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자에게 가장 선명하게 남은 순간은 아이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던 어느 날이다.
장성욱 충남권역외상센터장은 가족에게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설명하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의료진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눈물을 보였다.
보호자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오히려 더 안심이 됐다”며 “아이를 환자 이상의 존재로 바라보는 진심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장 센터장의 세밀한 설명도 보호자에게 큰 힘이 됐다.
중환자실에 머무는 동안 직접 아이를 볼 수 없었던 보호자는 의료진의 설명만으로 하루를 버텼다.
그는 “단순히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치료 계획과 수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줘 하루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치료를 맡은 이석원 교수는 여러 차례 큰 수술을 겪은 이 군의 회복을 위해 간절제 대신 매일 아침 간농양을 주사기로 제거하며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해외 논문을 찾아가며 최선의 치료법을 검토하는 의료진의 모습에 가족들은 절망 대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환자실에서 섬망 증세로 혼란을 겪었던 이 군 역시 두 교수가 주는 설명하기 어려운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낯설고 무서웠는데, 두 분은 믿을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현재 이 군은 학원 수업 참여와 친구들과의 운동 등 대부분의 일상을 회복했다.
내년 고등학교 재입학을 준비하며 축구를 즐기고 있으며 “다시 얻은 생명을 헛되이 쓰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보호자는 편지 말미에 “우리 가족에게 단국대병원은 기적을 만들어준 곳”이라며 “그날 우리 아들을 살려주신 모든 의료진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단국대병원은 지역 중증외상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전문 치료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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