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줄자 실적도 흔들"⋯K-주류 해외로 뛴다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회식 감소와 소비 분화가 고착화되면서 소주·맥주 중심의 내수 시장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주요 주류업체 3사는 정체된 내수 한계를 해외에서 돌파하려는 전략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695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 22.5%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339억원으로 20% 넘게 줄었다.

롯데칠성의 주류 부문도 외형이 줄었다. 3분기 주류 매출은 19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9억원이었다. 비용 효율화가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며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내수 주류 시장의 둔화가 지속되며 외형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실적에서 주류 부문의 비중이 낮아진 점도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오비맥주 역시 비상장사로서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국내 맥주 시장 부진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부진의 배경으로 소비 패턴의 변화와 달라진 회식 문화를 공통적으로 지목한다. 예전과 달리 회식 빈도가 줄고 대규모 모임이 감소하면서 맥주 중심 소비가 약해진 데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주·맥주 대신 하이볼이나 사케를 찾는 흐름이 확대되면서 전통 주류 기업들의 판매 구조가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371kL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3.4%, 맥주는 3.0% 감소하며 시장이 축소됐다.

주류 가격 인상 역시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부터 카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2.9% 올렸다. 하이트진로도 5월 테라, 켈리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2.7%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가격을 동결했다.

해외 공략 본격화…새로운 성장축 모색

내수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류 3사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수출 통합 브랜드 '진로'가 현재 86개국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 베트남 하노이에 글로벌 생산공장을 설립해 동남아 지역 중심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생산 라인을 통한 비용 절감과 물류 효율성 개선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 소주·맥주 브랜드 노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따른다.

오비맥주는 수출 전용 소주 브랜드 '건배짠'을 출시하며 해외 소비층 확대에 나섰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캐나다 등으로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현지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해 판매 채널을 늘리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기존 맥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주종 다변화를 시도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브랜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롯데칠성 역시 필리핀 현지 공장에서의 소주 생산을 검토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생산이 이뤄질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K-주류 시장 흐름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해외 사업 성과가 기업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현지 생산시설 구축, 유통 인프라 확보, 브랜드 인지도 확대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전략이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고 회식 문화가 달라지면서 전통 주종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해외 생산이나 유통망 확보가 국내 주류업체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