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급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현지 생산 확대로 관세 등에 대응하고, 현지 ESS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중국 업체들의 빈틈을 노려 영향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https://image.inews24.com/v1/9ef52709f4bfdd.jpg)
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에서 ESS 제품 생산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업계 최초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메이드 인 USA(Made-in USA)' 기반을 마련해 현지 고객에게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가 가능토록 한다는 전략이다.
IRA 이후 미국에선 현지 생산과 공급망 확보, 안전성 검증, 운영 서비스가 고객의 핵심 수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현지 생산 기반의 안정적 공급망과 차세대 제품 로드맵, 데이터 기반 디지털 서비스를 아우르는 '원 스톱 ESS 솔루션(One Stop ESS Solution)'으로 고객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북미 ESS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오는 8일부터 1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재생에너지 전시회인 'RE+(Renewable Energy Plus) 2025'에서는 업계 최초로 북미 지역 내에서 생산될 예정인 각형 폼팩터(제품형태) 기반의 LFP 배터리 셀 실물 제품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500와트아워(Wh) 이상 초고에너지의 파우치형 LFP 배터리로 만든 JF2, JF3 배터리 셀·팩 제품을 함께 공개하며 파우치형과 각형 두 가지 폼팩터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15년 이상의 업력과 북미 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한 ESS 시스템통합(SI) 자회사인 '버테크(Vertech)'와 협력해 계약부터 설치,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AEROS™)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https://image.inews24.com/v1/108aeecebb9d1f.jpg)
삼성SDI도 '올 아메리칸, 프루븐 앤 레디(All-American, Proven & Ready)'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성능, 고효율의 차세대 ESS용 배터리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RE+ 2025' 전시에서 전격 공개 예정인 전력용 ESS 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의 신제품 SBB 1.7과 SBB 2.0이 대표적이다. 두 제품 모두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탑재된다.
SBB는 20피트(ft) 컨테이너 박스에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해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일체형 제품이다. 사용 편의성과 성능, 안전성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5'에서 'CES 혁신상'을 받았다.
신제품인 SBB 1.7은 기존 SBB 1.5 대비 에너지 밀도를 약 17% 향상시켰다. SBB 2.0은 LFP 셀을 사용한 제품으로 삼성SDI 고유의 설계 노하우와 수명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장수명을 갖춘게 특장점이다. 특히 두 SBB 제품에는 모두 함침식 소화 기술인 EDI(Enhanced Direct Injection)를 적용해 안전성을 고도화했다.
삼성SDI는 연내 미국 현지에서 ESS용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SK온도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SK 배터리 아메리카'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 따른 전기차 시장 축소에 대비해 전기차용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 공장에서 제작하고, 단독 공장에서는 ESS용 라인 생산 비중을 늘려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미국 ESS 시장은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신규 전력망 건설 등이 맞물려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미국 ESS 시장 규모가 2024년 1067억 달러(약 148조원)에서 2032년 2635억 달러로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감세법(OBBBA) 발효 후 태양광과 풍력은 청정전력 생산시설 투자세액공제에서 제외되지만, ESS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ESS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도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ESS 배터리에는 기본 관세와 상호 관세, 펜타닐 관련 보복관세 등을 포함해 모두 40.9% 관세가 적용된다. 내년에는 이 수치가 58.4%까지 올라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한국 배터리 산업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이 ESS에 대한 세액공제는 계속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미국 시장의 ESS 수요는 향후에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미국 내 생산 라인을 ESS용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거나 ESS용 배터리에 대한 신규 투자 확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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