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어떤 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박싱'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름처럼 '럭키'한 제품이 나오기도 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물하거나 서로 바꾸기도 해요."

MZ 세대를 중심으로 '랜덤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아이돌 랜덤 굿즈나 피규어에서 볼 수 있었던 문화가 패션과 뷰티, 식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활용되는 모습이다. 이른바 '랜덤 박스', '럭키 박스' 등으로 불리는데, 가격이 제각각인 상품을 무작위로 상자에 담아 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것을 받을지 모르는 게 특징이다.
15일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1월 5일~2월 4일) '럭키박스' 검색량은 5만건을 돌파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약 120배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실제 거래액도 10배 이상 증가했다. '랜덤박스' 검색량도 같은 기간 2만건 수준으로 3~4배 정도 늘었다.

대표적으로 인디 패션 브랜드 '수수'는 최소 7900원부터 최대 19900원짜리 '랜덤 럭키박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 박스에는 가격대별로 상의, 하의, 원피스 등 상품이 무작위로 들어있다. 간편 건강식 브랜드 '한끼통살'의 '10종 럭키박스'에는 맛별 닭가슴살 제품이 랜덤으로 담겨있다.
무신사 뷰티에서도 럭키박스가 시그니처 프로모션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여 신진 중소 브랜드가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SSG닷컴도 지난달 '뷰티 쓱세일'을 통해 인기 브랜드사 대표 상품을 모아 구성한 럭키박스를 선보였다.

이 같은 랜덤 문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실제 지불한 금액보다 더 값비싼 상품을 얻을 수 있다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지그재그 등 온라인 플랫폼에는 결제한 금액보다 2~3배 비싼 상품을 받았다는 관련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자사의 상품군을 알리고 잠재 소비자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시즌 오프 등 재고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고가품 기대심리를 겨냥한 '깜깜이 확률'인 만큼 사행성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확률형 상품인 온라인 게임 아이템은 백분율 등 확률 정보가 공개되고 있지만, 랜덤 박스는 별다른 규제 기준이 없다. 또 관련 상품은 특성상 대부분이 제품 사용 시 하자 외에는 교환·환불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랜덤 박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민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과대광고나 허위 상품 판매 등을 조사하는 사례가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