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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 약발' 사라진 한동훈…'특단 조치' 나올까


韓, '윤-명 녹취' 공개 이후 두문불출
측근 "주말집회 등 전개 상황 관망"
여당 내 '용산과 선긋기' 요구 목소리
지도부 "문제 해결 안되는 상황 답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지도부들과 참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관련 통화' 녹음을 두고 여권 내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녹취록 공개로 김건희 여사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용산 리스크' 발원지가 됐다는 말이 나오면서, 한 대표가 쇄신책으로 어떤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지 관심이 모인다.

한 대표는 1일은 물론 주말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가끔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던 페이스북 등 SNS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민주당이 예고한 주말 장외 집회, 민주당의 녹취록 추가 공개 등 여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며 "집회가 끝난 이후 한 대표가 공식 입장을 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당선인 신분으로, 여야 간 법리 공방이 오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의 재·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본인의 육성으로 드러나면서, 기존에 공개된 김 여사와 명 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을 문제 삼아 '특별검사' 대신 '특별감찰관' 도입을 주장했던 한 대표의 입장은 더 복잡해졌다. 특별감찰관의 경우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 감찰 대상인 만큼, 이것만으로 더 판이 커진 '용산 리스크'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만큼 대통령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고, 여론 추이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문제를 풀 방법은 지금으로선 한 대표가 세를 모아 직접 발의할 '제3자 특검'이 유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특검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법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 대표 스스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것은, 당은 물론 보수층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이 재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을 건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낮은 정권 지지율의 가장 큰 이유가 김 여사 문제다. 일단 그것만 해결하더라도 대통령 부부 리스크가 상당히 줄지 않겠냐"라며 "당이 특별감찰관 의원총회를 계획하고 있으니 한 대표도 이를 지켜보다가, 만약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의총이 특감마저도 받지 못한다면 '김 여사'를 겨냥한 자체 특검안 발의는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도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특별감찰관 의원총회를 일단 먼저 제안하지 않았냐"며 "의총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한 대표 측이) 특검을 얘기한다면 '배신자 프레임' 속 역풍이 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 내부 역시 당장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겨냥한 '실력 행사'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대표 측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으로 김 여사 문제는 하루빨리 끊어내야 하지만 특검은 아직 너무 섣부른 얘기"라며 "이제 윤 대통령과 명 씨 간 녹취 발언 하나 나왔는데, 갑자기 특검을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자리를 비운 시간 동안 여권 수뇌부는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육성 녹음파일 공개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법률 최고 전문가인 법제사법위원들의 검토 결과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본인도 동감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명 씨가 통화를 나눈 시점이 윤 대통령 취임 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친한(친한동훈)계로 꼽히는 서범수 사무총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에서 (용산에게 진위를) 확인할 사람도 없다. 당사자들(용산)이 어떻게 좀 해야 한다. 우리가 아는 게 없다"며 책임론이 당으로 번지는 걸 경계했다.

1박2일간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일각에선 수습이 어려워져 가는 '용산발 리스크'와 선을 긋기 위한 '고육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19%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p(포인트) 상승한 32%를 기록해 민주당과 동률을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신 교수는 "현재 여권 리스크는 모두 용산에서 비롯됐다"며 "당이 리스크 방어를 하려면 대통령실에서 당에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모두 알려줘야 하는데, 용산은 '상황을 모른다'고만 할 뿐 알려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방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뭐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질 수 있고, 여권이 지금과 같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15%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이 평론가도 "한 대표도 용산을 향한 민심 이반이 뚜렷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확실히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본인 역시 정치인으로서 끝일 수 있다"고 했다,한 당 지도부 관계자 역시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이번 사태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 사태 발발 이후인 2016년 10월 27일 국정지지율이 처음 10%대(17.5%)로 떨어진 뒤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파국을 맞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 인적개편 등 국정쇄신을 요구했으나 "심사숙고하고 있다"라만 할 뿐 귀담아 듣지 않았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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