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부가 비수도권에 대해선 디딤돌대출 규제를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수도권-지방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디딤돌대출은 수도권 못지 않게 지방도 많이 늘어난 데다 지방 중 일부 지역은 서울보다 대출 실행 규모가 크기도 해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신생아특례 디딤돌대출을 제외하면 이런 양상은 더욱 또렷해진다. 서민용 정책대출의 방침이 일관된 기준 없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정작 정책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 수요를 맞추지 못 한 채 형평성 논란마저 부르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vs 비수도권 비교해보니…지역별 편차 커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아이뉴스24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대출 실행액(신규 취급액) 기준 디딤돌대출은 총 22조3202억원(9만9999건)으로 지난해 13조8835억원(7만79건)보다 60.8% 증가했다. 올들어 3분기 만에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10조4057억원(4만2005건, 지역별 합산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 6조463억원(2만6636건)보다 72.1%나 증가했다. 지방은 11조60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1.2% 늘었다.
증가율만 보면 수도권이 지방보다 두드러진 게 맞다.
서울은 1조1911억원으로 지난해(5077억원)보다 134.6% 증가했다. 경기는 7조4871억원으로 79.5%, 인천도 1조7275억원으로 26.3% 증가했다.
그런데 규모로 보면 서울보다 디딤돌대출 실행 실적이 많은 지역도 적지 않다. 경북은 지난해 대비 104.9% 증가한 1조2158억원이 실행돼 서울보다 많았다. 경남과 대구도 같은 기간 85.2%, 53.2% 늘어난 1조6039억원, 1조6427억원이 실행됐다.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서울의 평균 집값이 높아지면서 디딤돌대출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9억7500만원 수준이다.
디딤돌대출은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연 2∼3%대 저금리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대표적 서민 정책금융상품이다. 연 소득 8500만원 이하 신혼부부가 6억원 이하 집을 살 때는 4억원까지 대출해준다. 신생아특례로 2년 내 출산(입양)해 부부합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거나 대환(1주택자) 대출을 할 땐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디딤돌대출 규제 혼선으로 논란이 빚어지자 지방과 신생아특례용에 대해선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방 부분, 신생아 특례대출과 같이 인구 정책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행 기조를 유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생아특례 대출 제외하면?…수도권-지방 증가 폭 좁혀져
특히 신생아특례 디딤돌대출을 빼고 디딤돌대출 실행규모를 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증가 폭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
신생아특례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생애최초·신혼부부 등) 디딤돌대출 실행액은 총 17조4844억원(8만2049건)으로 지난해(13조8835억원) 대비 25.9% 증가했다.
수도권은 7조8176억원으로 지난해(6조463억원)보다 29.3%, 지방은 9조3960억원으로 22.4% 증가해 격차는 6.9%p로 좁혀진다.
집값 상승세를 견인한 서울의 경우 신생아특례 대출(5011억원)을 제외하면 69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5077억원)보다 35.9% 증가했다.
경기도는 신생아특례 대출(1조7159억원)을 제외하면 5조7712억원이 실행됐다. 지난해 4조1704억원보다 38.4% 늘었다. 인천은 신생아특례대출(3711억원) 제외 시 1조3564억원으로 지난해 1조3682억원보다 아직 0.9% 적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세종은 대출 규모는 작아도 증가 폭이 181.9%에 달했다. 강원(84.5%), 경북(77.5%), 경남(56.6%), 전북(44.8%), 전남(37.8%)도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서민 정책 대출, 수도권-지방 지역 가르기 맞나
이처럼 수도권의 디딤돌대출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지방도 못지 않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소득 조건을 완화한 신생아특례 대출을 제외하면 이런 현상이 또렷해진다.
그럼에도 당국이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두고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생아특례 대출이 늘면서 디딤돌대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어 지역을 나눠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똑같이 방공제를 해도 지역별 차이 때문에 수도권의 대출한도가 지방보다 더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데, 지방만 그대로 둔 채 수도권만 옥죄는 것은 무주택자 입장에선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수도권보다 좋지 않다 해도 디딤돌대출은 조건이 한정돼 있어 규제할수록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친다는 우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출 규제를 위해서는 단순히 가계부채, 디딤돌대출 증가 문제가 아니라 대출 연체율 등 안정성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도, 집값도 안정시켜야겠지만, 역설적으로 디딤돌대출을 규제해도 서울의 집값이 안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서민의 내 집 마련만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재 서울 집값 상승으로 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한강 벨트 지역의 집값 오름세 때문으로 디딤돌대출의 주요 대상인 5억원 이하 주택의 영향력은 적다"고 꼬집었다.
디딤돌대출 규제를 강화한다 해도 일관된 정책 방향을 통해 조정해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업계에서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통제 방식이 계속 변하면 혼선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서민 정책 대출을 조이면 수요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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