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아직 내년도 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다만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 중에서는 내년 투자 확대를 전망한 기업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국내 투자 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 131개사 중 55%가 투자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내년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49.7%)'와 '투자 계획이 없다(5.3%)'고 답했다.
아울러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이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투자를 확대할 것(28.8%)', '투자를 축소할 것(10.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조사와 비교해 보면 투자 계획이 미정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49.7%로 증가했다. 그러나,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에서 투자 확대를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5.3%p 증가했다. 투자 축소를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9.0%p 줄었다.
이에 대해 한경협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작년보다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시장 변화 대비를 위해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내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주요 이유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전체 응답 가운데 37.3%가 답했다. 다음으로 '내년 경제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순이었다.
반면 내년도 투자 축소를 계획하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미정 포함)은 '불투명한 경제 전망(31.6%)'. '원가 상승 리스크 확대(26.6%)',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조달 애로(14.3%)'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내년 투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리스크 요인으로 '고금리 지속(33.6%)'을 지목했다. 이어 '고환율·고물가 지속(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부채 위험(9.4%)' 순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물가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 물가 수준(2.0%)을 상회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기업들은 투자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시설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28.8%)'를 지목했다. 이어 'ESG 규제와 관련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0%)', 'R&D·시설투자 지원 부족(1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 과제로 '금리 인하(28.8%)'와 '법인세 감세 및 세제지원 강화(22.6%)' 등 자금사정 개선을 위한 대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투자 관련 기업규제 완화(18.3%)', '금융지원 확대(12.7%)'등을 꼽았다.
한편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돼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 32.8%가 '2024년 하반기'라고 응답했다. 2025년은 19.8%(상반기 15.3%+하반기 4.5%), 2024년 상반기는 12.2%로 조사됐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과 실적 부진 등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년에 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은 우리 경제에 고무적 조짐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투자심리를 확실히 반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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