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보유는 되지만 거래는 금지?" 혼란스러운 주택규제

"코인 보유는 되지만 거래는 금지?" 혼란스러운 주택규제

전매제한 완화해놓고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국회 논의 보류한 후 재논의 '잠잠'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주택규제 완화 조치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마치 "가상화폐(코인)를 보유해도 되지만 거래는 못하게 하는 식"의 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이달 초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한 가운데 전매제한 완화의 패키지 규제로 꼽히는 '실거주 의무' 조항은 여전히 남아 수요자들의 혼선을 키우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법안 개정이 늦어진다면 국민들이 정책을 예측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지난달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갭투자'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보류됐다. 이후 이번달 10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전세사기 특별법 심사가 길어지면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분양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주요 규제 완화책 중 하나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 들어서는 주택 소유주에 대해 2~5년간 주민등록 주소지를 유지한 채 의무적으로 거주하도록 하는 규제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처럼 실거주 의무가 있는 상황에선 분양권을 매매해도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매제한 완화 효과를 보기 어렵다. 현행법 상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분양권 매도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매제한은 공공택지·규제지역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고 비수도권은 공공택지·규제지역 1년, 광역시 도시지역 6개월로 완화됐다. 그 밖의 지역은 전매제한이 폐지됐다.

문제는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는 언제 재개될 지 알 수 없는데 전매제한 완화 후 기대감에 분양권 거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의 분양·입주권 전매는 각각 18, 11, 19건이었는데 전매제한을 완화한 4월엔 49건으로 거래량이 3배 정도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의무 폐지가 늦어지면 청약률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영향과 관련해 "아파트 청약률이 늘어나지 않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규제 완화로 인한 기대감은 형성됐는데 실질적으로 법 개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은 법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어 시장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며 "공개적으로 어떻게 할 지 발표하는 건 어렵겠지만 법안 논의 일정이나 과정 측면에선 서둘러서 소비자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지금 현안이 전세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어 거기에 정부와 사회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며 "실거주 요건에 대해선 정부가 정책적으로 없애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정책이란 건 지속 가능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책 신뢰성 부분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는) 진행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달 달라진다고 크게 문제되는 게 아니라면 (정책) 추진 속도에 있어서 시장상황을 반영해 바뀔 수는 있다"며 "다음에 논의될 땐 이런 부분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공동대표는 "언제 법이 통과될지 예측이 어려운 만큼 법 개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요자들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당장 분양권을 산다든지 하긴 어려운 상황같다"고 진단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